내장산 가을 단풍 캠핑
지난 금요일, 내장산 가을 단풍 여행을 떠났다. 금요일은 휴일이 아니어서 나는 연가내고 첫째 준서는 학교에 체험학습 내고 떠났다. 둘째 민서는 어린이집이라 그냥 떠났다. 아내는 연가가 어려워서 저녁에 SRT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서울에서 내장산 가인 야영장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편도로 3시간 30분인데, 중간에 도로 사고도 있어서 4시간쯤 걸린 듯하다. 내가 아이 둘 차에 태우고 캠핑 가는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아이들 조용하게 만드는 방법은 아이패드로 만화 보여주는 것과 맛있는 사탕을 주는 것인데, 둘 다 적절히 사용하며 4시간을 잘 버텼다.
보이는 산마다 단풍이 예쁘게 져있었다. 알록달록 예쁜 색을 보니 가을이 다가왔음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파란 가을 하늘에 황금 들판, 거기에 울긋불긋 산의 예쁜 풍경까지 더해지니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장산 가인 야영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주차장 주위 나무들이 이미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사이트로 짐을 옮겼다.
사이트는 B11번으로 파쇄석이 깔려있는 곳이었고 사이트 크기는 꽤 넓었다. 나무 한 그루가 보기 좋게 심겨 있어 여름에는 햇볕을 피하기 용의 할 듯 보였다.
가인 야영장은 사이트마다 담장 높이로 식물들을 조경해 놓았는데 프라이버시 보호에 좋아 보였다.
암튼, 우리 셋은 텐트를 쳤다. 첫째 준서가 많이 도와줘서 수월하게 텐트를 치고 내부 짐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미니멀 캠핑이어서 힘들 일이 사실 거의 없기는 하다.
텐트 치는 과정은 글 맨 아래 유튜브 동영상에 잘 나타나 있다.
가을 캠핑은 단풍나무와 함께여서 늘 아름답다. 첫째 준서와는 여러 번 가을에 캠핑을 왔지만 둘째 민서와는 첫가을 캠핑이다.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저녁에는 아내를 맞이하러 광주송정역으로 갔다. 가인 야영장에서 편도 45분 거리였다. 우리는 4시간 걸려서 내려왔는데 아내는 SRT로 수서-광주송정역 1시간 40분 만에 내려왔다. 첨단기술이 좋기는 좋다.
아내를 픽업해서 송정떡갈비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준서가 참 잘 먹었다. 그러고는 다시 야영장으로 돌아와서는 불을 피우고 와인을 한 잔 했다.
와인은 우리 부부가 평소 좋아하는 Bread and Butter였다. 품종은 Pinot noir 다. 옅지만 풍미가 좋은, 그래서 야외에서 먹으면 더 과일향이 좋은 그런 와인이었다. 미국에 있을 때 6병 사면 1병에 10불에 살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코스트코 가격이 병당 29,000원일 정도로 비싼 와인이다. 좋은 날에만 한 병씩 까서 먹고 있다.
와인 한 병 비우니 밤이 깊어졌고 추위가 강해졌다. 우리 가족은 따뜻한 텐트 안으로 들어가 긴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을 깨우는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배고프다는 투정도 함께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라는 소리다.
아침에 일어나니 쌀쌀해서 불을 다시 피웠다. 바닥의 풀을 포함한 온 세상이 모두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텐트도 아침이슬에 촉촉이 젖어 있었다. 입김이 홀홀 나는 캠핑 다음날 아침, 그래서 더 상쾌하게 느껴진다.
아들이 어디서 달팽이를 주워왔다. 촉촉한 풀숲을 헤매다 첫째 아이의 눈에 걸린 듯하다. 한참을 가지고 놀다 자연으로 보내줬다.
해가 뜨자, 우리 부부는 아침을 먹고 텐트 걷을 준비를 서서히 시작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미처 못한 탐험들을 지속하며 캠핑의 마지막을 즐겼다.
짐을 다 정리한 후 우리는 걸어서 백양사로 향했다. 단풍 구경하러 온 목적 달성을 위해서였다. 단풍이 아직 절정은 아니었지만 절정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너무나 예쁜 풍경이 많았다. 내장산의 가을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고차원의 아름다움이 있는 듯 보였다. 돌아가기 아쉬워 한참을 바라보다 길을 떠났다.
최근 고프로 GoPro를 구입해서 동영상을 열심히 찍는 중인데, 내장산 가을 단풍 캠핑 여행의 여러 가지를 4K 화질로 담았다. (동영상 설정을 고화질로 하면 깨끗하게 나온다) 아래의 링크인데 이번 여행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