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각종 총량의 법칙이 있다. 학문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고 그저 풍문이다.
먼저, 공부 총량의 법칙이 있다. 평생 해야 하는 공부에 총량이 있다는 것인데, 어려서 공부를 안 한 사람은 나이 들어 공부를 하게 되고 반대로 어려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나이 들면서 공부를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생 총량의 법칙이 있다. 이 역시 평생 해야 하는 고생에 총량이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노년이 편하고 어려서 편하게 산 사람은 노년에 고생이 많다는 것이다.
게임 총량의 법칙도 있다. 어려서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은 나이 들어서 게임을 안 하고, 늦게 배운 게임은 밤새는 줄 몰라 학교도 회사도 팽개치고 게임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총량의 법칙을 아우르는 것도 있다. 바로 "인생 총량의 법칙"이다. 인생사 전체로 볼 때 모든 것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 균형을 잡아가며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젊을 때의 박복은 나이 들어서의 다복으로,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변해가며 인생 전체적으로 밸런스를 맞춰간다는 것이다.
이는 풍문이라고는 하나 경험상 공감되는 내용이 많이 있어 사람들이 진짜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쉽게 혹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는 해 뜰 날이 있을 거야 혹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같은 식의 위안 말이다.
나 역시 살아보니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들도 그렇게 보였다. 인간의 다양한 경험, 실험 등을 일반화하는 사고방식인 귀납적 추론으로 보면 "인생 총량의 법칙"은 응당 이론의 반열에 올리는 것이 맞아 보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공부와 관련하여 기존 총량의 법칙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공부 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하자. 어릴 때 공부를 적게 한 사람이 나이 들어서 동일한 양의 공부를 남보다 더 하게 되어 총량을 채우게 된다는 이론으로 가정하자. 결과적으로 나이 들었을 때 공부한 총량은 어릴 때 한 사람 A나 나이 들어서 한 사람 B나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물리적 공부 총량이 같다고 두 사람 공부의 결과(품질)까지 같을 수 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일에 익숙해지면 필요한 에너지는 줄어든다. 뇌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떤 활동에 능숙해질수록 활동유형도 바뀌고 거기에 개입하는 두뇌영역도 줄어든다. 재능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동공크기로 보나 두뇌활동으로 보나 대단히 똑똑한 사람은 같은 문제를 풀어도 힘이 적게 든다."
이를 공부에 대입해 보자.
어려서 공부를 많이 한 A라는 사람은 어려서 공부를 안 한 B라는 사람보다 학령기 공부를 함에 있어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잘할 수 있다. B는 간단한 문제에도 두뇌풀가동하여 모든 에너지를 써야 할지 모른다. 공부 자체에 익숙해지면 필요한 에너지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말처럼, 같은 문제를 풀어도 힘이 적게 드는 것이다.
이러한 공부 에너지 효율성은 중요한 시기에 더 돋보인다. 수능이나 경시대회처럼 어려운 문제를 두고 시간을 두어 경쟁해야 하는 때 공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A라는 사람은 B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학 진학, 직업 선택에서 단계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만약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꾸준히 공부를 한 C라는 아이와 중학교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여 중학교 졸업 시 C와 총공부량은 동일한 D라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C와 D의 최종 성과가 동일할 수 있을까? C가 더 적은 에너지로 중학교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C가 공부에 좀 더 익숙할 것이고, 아마도 D에 비해 더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공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는 대니얼 카너먼 이론에 따른 단순한 추론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경험상으로 또는 직관적으로 생각하기에도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다시 총량의 법칙으로 돌아가보자. 인생 총량의 법칙에 따라 물리적 수량은 고르게 나눌 수 있어도 어릴 때 공부는 이후 공부의 에너지를 줄여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이왕이면 공부에 있어서는 같은 양을 어릴 때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결과(저비용 고효율)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에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