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평일에는 대전에 내려와 혼자 사는 중이다. 평일에 혼자 있다 보니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식사, 빨래, 청소 등이다. 다 그럭저럭 해왔는데 몇 가지 일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참 어렵다.
먼저, 의류 드라이 맡기기다. 대전집 근처 세탁소가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다. 내 퇴근시간은 그것보다 조금 늦다. 이게 은근 스트레스인 게 맡길 때나 찾을 때나 신경 써서 조금 더 일찍 집에 와야 한다.
다음으로, 미용실도 그렇다. 원래는 서울집 근처 미용실을 다녔다. 그런데 평일에 대전에 내려와 있으니 점심시간에 편하게 자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전 회사 근처 미용실에서 자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가게가 없었다. 여기를 갔다가 저기를 갔다가를 반복했다. 그러고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머리 자를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세탁기 빨래도 그렇다. 퇴근이 늦으니 저녁시간에 세탁기 돌리는 게 민폐였다. 그래서 가끔은 회사 점심시간 이용해서 빨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쌓여가는 빨래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냥 이래저래 버텼다. 힘들어도 어쩔 수 있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게 자그마치 10개월을 넘겼다. 꽤 긴 시간 힘들지만 그냥 흘러가던 대로 둔 것이다. 그저 관성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대전집 근처 세탁소를 이용해야 할까? 굳이 대전에서 평일에 머리를 잘라야 할까? 굳이 대전에서 빨래를 해야 할까? 10개월 만에 말이다.
그러고 보니 대전 회사 근처에 세탁소가 있었다. 집에서 드라이 맡길 의류를 종이가방 등에 담아 오면 점심시간에 편하게 맡기고 찾을 수 있었다. 머리는 주말에 서울집 근처 원래 가던 미용실을 미리 예약해서 자르면 되었다. 빨래도 주말에 서울집에 가져와서 빨고 건조해 대전으로 가져가면 되는 거였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가 그의 책 “넛지 Nudge"에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인간은 체계적으로 틀린다 People systematically go wrong"
인간이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실수를 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자기가 틀린 줄 모른다는 것이다. 실수가 한 번이 아니라 아예 체계적으로 실수를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실수를 바로 잡는 방법으로 리처드 탈러 교수는 넛지라는 약한 개입을 제안했다. 정부 또는 회사가 인간의 잘못을 바로잡도록 슬쩍 개입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이론이다.
하지만 내 방법은 조금 달랐다. 나는 스스로 실수를 바로 잡는 방법을 찾아봤다. (나는 최대한 합리적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1인이니까) 인간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이유는 일을 관성적으로 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한 번 멈춰서 (관성에 저항을 줘서) 그와 다르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반성의 시간(관성을 멈추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내가 힘들어하는 일, 어려워하는 일, 잘 안 풀리는 일 등을 쭈욱 적어보고 반성해 보는 것이다. 지난달에 한 번 해보니 성과가 있어서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해보려 한다.
매달 한 번의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 본인이 안 풀리는 일들이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