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둘러싼 여러 시각들에 대해
민간 주도 성장이냐 정부 주도 성장이냐의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학에서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론을 두고 오랜기간 대립을 해왔으며, 정치학에서 보수 conservatism와 진보 liberalism 는 각각 하나의 이념으로 발전되어 여전히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한국 대선 과정에서도 단골메뉴이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화두였는데 이를 두고도 각기 다른 주장이 있었다. 진보진영의 문재인 후보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 반면, 중도보수진영의 안철수 후보는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었다.
문재인 후보는 "저성장·양극화·저출산·고령화·고용절벽 등 이 모든 위기의 근원은 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만들기 실패"라며 "일자리를 여전히 기업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무책임한 것이다.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비상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우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체는 민간과 기업이란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이들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5차 TV토론 중에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후보는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성장을 주장한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기업 등 민간의 규제개혁을 통한 성장을 주장하여 각을 세웠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경우에도 중도주의자를 표방했지만 실제 공약으로는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을 내세워 진보 진영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두 가지 정책방향 중 무엇이 옳다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부 주도로 성장을 하려다 정부실패가 발생하고 민간 주도로 성장을 하려다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은 모든 나라들이 상시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언제나 옳은 정책방향은 현재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민간과 정부, 시장과 정부의 논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유유히 이어질 것이다. 확실한 정답은 없고, 그 때 그 때마다 시의적절한 대안만이 존재하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어느 때든 둘 사이의 견제와 균형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문화 될수록 시장과 정부간 정보 격차는 커질 것이고 서로 극으로 달려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간의 협력과 이해, 그리고 소통이다.
과거 정부가 시장을 견인하던 시기에 살아왔던 장년층에게는 견제를 받는 것이 낯설고 싫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 조그만 문제만 있어도 규제를 해서 바로 잡고 싶을 지도 모른다. 시장은 악이고 정부는 선이다, 혹은 그 반대로 서로를 인식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또한 어느 한쪽이 이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Stuart Diamond 교수는 그의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상대방과 인식이 달라 갈등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상대방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둘 사이의 인식 차이가 있는가?', '인식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해보라고 했다.
정부는 시장을 생각하고, 시장은 정부를 고려하는 상호 견제와 균형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