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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Sep 21. 2017

연대감을 형성하는 방법

감정적 지불 Emotional Payment 에 관하여


Photo from Reader's digest



사람과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르는 상대를 만나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연락처를 주고 받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상황 자체가 낯설고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계 형성에는 일정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어찌어찌하여 관계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더 어려운 것은 그 다음 단계인 관계유지하는 일이다.


지인을 통해 누군가를 소개 받았다고 하자. 처음에는 서로 인사하고 연락처도 주고 받고 하는 수준일 것이다. 이후에 즐거웠다 정도의 문자도 남길 수 있다. 여기까지가 관계의 시작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주기적으로 연락도 하고 만나서 함께 시간도 보내야 한다. 가끔은 선물도 주고받아야 하며 때로는 술도 같이 해야 한다. 이처럼 관계의 유지에는 돈, 시간 등 물리적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 유지는 깨지기 쉬운 유리와 같다. 어느 한 쪽에서 연락이 끊어지면 그 순간 관계가 종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맺어졌지만 감정적 교류라는 아교가 없기에 언제든 깨어질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 유지를 넘어 더 끈끈한 관계로 강화되기 위해서는 감정적 교감을 나누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연대감 solidarity 형성이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지인을 통해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 명절때 선물도 주고받고 술도 가끔 마신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스포츠나 문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 어느날 내가 먼저 속에 있는 걱정을 털어놓았다. 알고 보니 그 역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의 말을 귀기울이며 공감하는 사이에 우리는 부쩍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서로 편하게 만나고 연락하는 친구가 되었다.


이는 물리적 관계를 넘어 서로를 감정적으로 결속시키는 연대감 형성에 성공한 사례이다. 그렇다면 관계 유지를 넘어선 더 높은 차원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Stuart Diamond 교수는 본인의 저서에서 연대감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감정적 지불 Emotional Payment 을 뽑았다. 상대가 힘들 때 감정적 지불을 통해 연대감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감정적 지불이라는 용어가 좀 낯설기는 하지만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슬퍼하면 침묵하거나 상대의 하소연을 말 없이 들어주자.


:: A는 캘리포니아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아내는 그 현실을 힘겨워했다. A는 아내에게 필요한 것이 조언이 아니라 감정적 지불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내의 기분상태를 살펴본 후 그녀에게 어떤 것이 그리 속상한지 물어보았고 거의 한 시간 동안 아내의 다정한 눈길로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아내는 그동안 차츰 안정을 되찾았고 남편의 이사에 동의해주었다.


2)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억지를 부리더라도 상대의 가치를 인정해주자.


:: B는 자신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유명한 스포츠 스타를 연사로 초대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선수는 거만한 자세로 일관하면서 1등석 항공권과 호텔 스위트룸을 요구했다. 예산이 부족했기에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이에 B는 역할 전환을 통해 그 선수가 위신과 홍보에 신경쓴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대신에 방송사 인터뷰와 홍보 브로셔 제작, 유명 기업인 참석 만찬에 주빈으로 모시는 것 등을 제안하여 그 선수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3) 상대방의 생각을 방해하는 두려움을 해소해주자.


:: C는 아내에게 페루로 트레킹 여행을 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아내는 씻을 수도 없고 잠자리도 불편한 트레킹 여행을 꺼려했다. 하지만 C는 아내가 불편함보다는 안데스 산맥에 둘만 고립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에 C는 세세한 여행일정을 보여주고 경험자들이 안전하게 다녀온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두려움을 해소해주었고 덕분에 아내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4)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주자.


:: D는 할머니가 약값을 인출할 수 있도록 자기 계좌에서 돈이 나가는 체크카드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약값이 부족해도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D는 그 이유가 체면 때문임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할머니에게 말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저를 7년이나 키워주셨잖아요. 제가 아플 때는 병원에 데려가서 간호도 해주셨구요. 이제 제가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할머니 건강이 제게는 얼마나 중요한데요." 이후 할머니는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손녀가 주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감정적 지불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를 감정노동 Emotional Labor 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리적 노력보다 훨씬 더 힘든 노력이 들기에 이를 노동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관계성은 매우 중요하며 피할 수 없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관계, 즉 네트워크는 자신의 자산이 된다.


이를 감정노동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벗어나 더 큰 꿈을 위한 정당한 지불로 바라본다면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


half full or half empty?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다.




# 참고


1.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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