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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대리 Apr 26. 2022

자신의 두 발로 서는 연습

진짜 '어른'의 모습을 찾기 위해

진짜 '어른'이 되면 자신의 두 발로 자신의 세상을 지탱할 수 있을까? 


어른이에 지나지 않는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신적인 독립을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지난 겨울 나는 회사에서 한바탕 큰 일을 겪었는데, 평소 의지하고 지냈던 동료가 사고를 당했던 일이었다. 나는 그 사건을 계기로 아끼는 동료를 잃는 줄 알았기에, 그 당시에 동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다. 꿋꿋했던, 마냥 강한 줄로만 착각했던 나는 한 달 넘게 그 사건에 시달린 뒤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망가져서 한동안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사건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큰 지진뒤에 따라오는 여진처럼 사건 뒤에 잔잔히 따라오는 새로운 국면들은 한 달 반사이 나의 육체와 정신을 잠식시켰다. 그제서야 나는 누구를 아끼고 위하는 일은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일을 계기로 내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나약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한바탕 일을 치루고 나서야 나는 나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부모님과, 친구와, 동료들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었고,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나의 일상을 크게 쥐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그로 인해 나의 삶의 잠식 될 수 있다는 불안함은 너무나 한꺼번에 다가왔다. 


나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결코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상상 그 이상으로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자각하는 순간 내 자신이 스스로 두 발로 설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주변의 관계에서 빈 자리가 생기게 되면 하염없이 흔들리고 떠는 그런 사람이었다. 


특히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망가져버린 나를 돌보는 동안, 내가 부모님에게 얼마나 많이 의지하고 있었는지 알았을 땐 한없이 부끄러우면서도 한참동안 막막한 심정이었다. 의지할 수 없는 자식이 될 수 없을 망정 걱정을 끼치는 자식은 되면 안된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전부 무너져내렸던 순간이었다. 타인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한 나를 부모님이 오롯이 자식의 짐을 감당하셨다. 


기나긴 겨울 뒤에 봄이 찾아오면서 나는 점차 회복했다.



큰 폭풍을 겪은 뒤 나는 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나의 힘으로 설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 관계가 우호적이든 적대적이든 스스로 감당가능한 범위내에서 내 자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뜨드미지근한 그런 온도를 유지하고자 한다. 사실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퍽 자주 실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상실의 슬픔과 아픔, 고통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자  미적지근해지고 싶다. 



수많은 실패가 반복되어 경험이 쌓이면 나의 두 발로 내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설령 슬픈 일을 겪게되더라도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미적지근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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