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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번여사 Feb 24. 2022

나의 음악 지능, 재주는 과연 얼만큼인 걸까

타고나는 것과 노력해서 도전하고 바꿔내는 것에 대해서


첫째 아이가 중학생일 때다. 아는 선생님의 파동 연구소에서 MRT라는 장비를 이용해서 딸의 진로나 적성에 도움이 될 만한 검사를 해주신다길래 다녀온 적이 있다. 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나도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나는 이미 성인이고 취업도 했다가 이미 퇴직한 상태라 이런 검사와 분석이 전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언제든 나를 잘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모든 것들은 환영인지라 즐거운 마음으로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결과를 받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결과들은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는데 이 충격받은 사실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 놀라운 결과였나 보다. 몇몇 높은 점수를 받은 분야와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가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그중 음악지능 분야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평생 노래 부르는 게 그리 좋았던 사람에게 이 무슨 재난급의 결과란 말인가? 지금 생각해도 아연실색, 어안이 벙벙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결과지를 읽으면서 왠지 모를 깨달음 같은 게 있었다. 이제껏 나에 대해 몰랐던 그 무언가의 뚜껑 하나가 열린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의 문이 열린 것인가? 싶은, 하여간 왠지 앞이 환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그래서 내가 그렇게 박자를 못 맞추고 '혹시 나, 박치 아닌가?' 하며 의심을 하곤 했던가?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박치에 가깝다 생각할 때가 많았다. 음악에 많은 분야가 있지만 특히 박자 부분에서 나는 아주 힘들어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저 결과가 그때 당시 완전 수긍이 되면서 미처 몰랐던 나의 어느 한쪽을 드디어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어쩌면 실망보다 반가움이 더 컸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범접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부정적인, 어쩌면  아예 포기 상태로 이끄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그런 내가 현재 하와이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열심히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가 너무나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있고 이제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서 작곡 공부를 하며 노래를 만들고도 있다. 이렇게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며 뮤지션으로 살기까지 저 검사로 인해 십 년도 넘는 세월을 나는 잃어버렸다. 어찌 보면 그래서 지금의 나의 삶이 더욱 값지고 노래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적과도 같이 느껴진다.


타고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노력해서 도전하고 바꿔내는 것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엄청난 연습을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늘 틈만 나면 연습을 하려 한다. 눈 뜨자마자 악기를 잡고 자러 가기 전까지 티브이를 보면서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악기를 들고 연습을 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리듬감이 부족해서 실망스럽고 제멋대로 느려지고 빨라지는 박자 때문에 지적을 받을 때면 나의 불운한 음악적 지능지수가 떠오르곤 한다. 그러나 그걸 알기에 또 좌절해지지도 않는다. 자존감이 땅으로 굴러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제는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별다른 내상도 없다.


'어차피 그리 타고난 걸 어쩌라고?' 하면서 외려 나 자신을 토닥인다. 그래서 더 연습을 많이 하게 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론 세상이 늘 불공정한 것만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음을 기억하고 습득하는 능력이 좋아 어떤 곡이든 통째로 잘 외운다. 노래를 익히는 데 있어 아주 도움이 되는 좋은 재주다. 또한 타고난 목소리가 부드럽고 따뜻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무얼 더 바랄 것인가? 이만하면 감지덕지다. 자칫 잃어버릴 뻔했던 노래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영원히 잠재우지 않고 아직도 펄펄 끓어오르게 하고 있으니 참으로 복 받은 인생이다.


조금 모자라게 쥐고 나왔으면 어떤가! 더 많이 연습하면 되지!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나만의 스튜디오로 출동한다. "연습하자. 연습만이 살 길이다!"를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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