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내를 배우는 시간들
내가 팀을 만들어서 활동하기를 원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무대에서 노래는 하고 싶은데 혼자 할 역량은 안되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고 어떻게 해서든 서로 돕고 보완해서라도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담 어차피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또한 하나의 무대를 위해서 함께 맞춰가며 가장 좋은 상태의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 정도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아래 재지 않고, 막무가내로 일단 시도하거나 도전하고 보는, 그래서 뚜껑을 열어보면 항상 나의 대책 없이 천진난만한 각오 따위가 무색할 지경의 무시무시한 현실이 눈앞에 거침없이 펼쳐진다는 것. 자, 이제부터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눈에 선하게 보이지 않는가!
하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하와이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우연찮게 만들어진 팀이 바로 나의 팀이었다. 이 팀의 공통점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하와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과 하와이 음악을 함께 배우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어쩌면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만나서 짧은 시간동안 무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최선의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어렵디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일 수가 없다.
나는 원래 혼자가 늘 편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여행도 혼자서 세계 곳곳을 다니던 사람이었다. 물론 노래도 혼자서 마음껏 부르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팀이 만들어지며 모든 것을 함께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혼자가 아닌 그룹 활동이라는 것이 그렇게 까지 힘든 일이 많을 줄이야, 미처 거기까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엄청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꿈에도 몰랐다. 그저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함께하면 더 즐겁지 않을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것인데 그러한 나의 얄팍한 기대를 보란 듯이 꾸짖기라도 하듯 생각지도 못했던 무수히 많은 지점들에서 당혹스러움과 무한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졌다.
나처럼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 개성을 뽐내는 걸 좋아하고 드러내길 원하는 사람이 숨소리 하나, 쉼표 마침표 하나하나까지 다 맞춰야 하는 작업은 정말 극한의 인내를 요구했다. 더군다나 아직 친해지기도 전의 낯선 사람들과 그러한 작업을 해내야 한다는 것이 도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나는 그들과 개성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모든 게 많이도 달랐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도 구성원들이 훌륭해서 맞추고 양보하고 수용하고 잘 받아들여가며 어떻게 해서든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많은 애를 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맞지 않는 것 투성이의 사람들이 만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맞추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무던히도 숨 막히게 했다. 순간순간 뛰쳐나가 혼자 마음껏 노래 부르고 싶다는 욕망이 틈만 나면 꿈틀거렸다.
그럴 때마다 나를 끄집어 당기며 눌러 앉힌 건 다름 아닌 나의 우쿨렐레 연주 실력이었다. 나를 제외한 구성원들 모두 우쿨렐레 연주 실력이 좋았다.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도 있고 우쿨렐레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고 앙상블에서 연주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우쿨렐레를 제대로 배원 본 적 없이 혼자서 노래하던 사람이었고 그저 의욕만 하늘을 찌를 듯 앞서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노래와 무대에 서고 싶은 열정만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연습만이 살길이다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초기에도, 몇 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비할 바 없는 엄청난 연습량을 자랑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그것은 잘된 상황이었다고 여겨진다. 덕분에 나 개인적인 커다란 실력 향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에는 공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투자하고 공들이고 애써 이루어낸 결과 대신 나는 다른 것에 시간을 쓰고 투자를 했고 다른 많은 것을 가졌다. 그러니 내가 그들에 비해 아마도 몇 배가 되었을 연습량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겼다. 그 덕분에 나의 음악적 성장과 발전이 몇 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향상되는 기적을 나는 누렸다. 그래서 되려 그 많은 스트레스 상황들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어쩌면, 아마도 내가 노래마저 못 불렀다면 일찌감치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나의 노래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강렬했고 언제나 즐겼으면 나의 노래를 사랑했기 때문에 당당하게 잘 헤쳐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