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저,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유시민 작가의 책을 좋아합니다. 글이 간결해서 읽기 편한 데다 논리적으로 아귀가 잘 맞아서 보는 내내 감탄을 하게 됩니다. 유시민 작가의 관심사는 크게 정치, 경제와 역사라고 보는데, 특히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역사 책입니다. 이후에도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와 '나의 한국현대사'까지 세계사와 한국사를 아우르는 저서를 출간합니다. 알뜰신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드러낸 모습도 많이 보였고요.
푸른나무에서 출간한 거꾸로 읽는 책 시리즈는 볼만한 책이 많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책들은 물론이고 '거꾸로 읽는 한국사'나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거꾸로 읽는 책 25번째로 소개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보는 시점마다 의견이 분분한데,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기록된 것들을 우리는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균형 잡힌 바른 시선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1장 믿어서는 안 될 역사에는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을 이야기하면서 특정 사상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를 이야기합니다. 김부식은 고려 말 학자이자 정치가로 사대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책 이름부터 중국의 사기를 본떠 삼국사기로 지은 것은 물론이고, 발해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이나, 당나라에 끝까지 혈전을 벌인 백제의 복신을 빠뜨리고 당나라의 신하가 된 흑치상지를 특별히 기록해 놓은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역사는 보는 시각, 보려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다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역사 책을 볼 때 의심 없이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역사연구의 사조들도 원류를 찾아가면 개인이나 민족, 국가의 상황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마르크스를 보더라도 그는 뛰어난 천재였고 사회와 역사에 대해 매우 치밀한 논리를 펼쳤지만, 자기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전적으로 냉정한 태도를 취하지는 못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마르크스에 대해 "인류 역사상 달리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천재이지만 그 역시 자기의 시대를 완전히 초월하지는 못했다. 그는 기독교 문화 가운데서 성장한 유럽인이며 자본주의 내부 모순과 그로 인한 계급 투쟁이 첨예하게 전개된 19세기의 지식인이다. 그는 또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지독히도 증오한 휴머니스트이며 직접 사회주의 혁명의 승리를 볼 수 있기를 갈망한 혁명가이다. 그에게 역사란 단순한 기록과 관찰과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이 부둥켜안고 가야 하는 삶의 일부였다"라며 한계와 애정을 동시에 표현했습니다.
계급 투쟁이나 시민사회운동에 할애한 부분이 다른 부분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역사는 기득권 층의 그들에 대한 기록물이 아닌 대중들의 삶을 기록하고 역사를 만드는 것도 결국 일반 대중이라는 것입니다.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는 교과서를 통해서만 역사를 배우고 알던 분들에게 좀 더 넓은 시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책입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부터 사회가 의도적으로 이야기해주지 않은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역사 공부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