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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7. 2024

로또에 대해 쓰기였지만 쓰고 싶은 글 쓰기

애쓰는밤 231109

지금으로부터 딱 20일 전 토요일 오전, 내가 사랑하는 무슨서점에서 내가 사랑하는 마티 출판사의 『계속 쓰기』를, 그 책의 번역을 담당하신 한유주 작가님과 함께 읽고 있던 때였다. 아빠에게서 두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뒤집어가며 그 전화에 응답하고 있었다. 30분 뒤 세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 '아니, 도대체 뭐가 이렇게 급하다고 계속 전화야' 생각하며 핸드폰을 들고 서점 밖으로 나왔다.


현정아, 아빠가 많이 다쳤어. 눈을. 일하다가. 수술해야 한대. 왼쪽눈. 지금 와야 할 것 같아. 준이한테는 얘기하지 마, 어차피 보호자 한 명밖에 못 들어온대. 강실장 아저씨랑 같이 있어. 택시 타면 차 막히니까 그냥 지하철 타고 와.


일순간 세상에서 제일가는 썅년이 되어버린 나는, 그 길로 택시를 불러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서울은 왜 이리 큰 건지 가도 가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 시간 반정도 걸릴 거라던 수술은 일곱 시간을 넘겼고, 나는 병원 로비에 앉아 캔디크러시사가를 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자꾸만 나쁜 생각을 하게 돼서, 계속, 계속, 게임을 했다. 그리고 틈틈이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에 잡혀있던 PT를 취소하고, 친구들에게는 그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던 발리 휴가를 못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예약한 숙소 비용도 환불받고, 새로 산 캐리어는 반품하고, 사과하고, 설명하고, 괜찮다고 하고, 심호흡하고, 게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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