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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7. 2024

첫 인사

읽단쓰기클럽 231119

무너진 일상 바로잡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6월 즈음이었나, 나는 그때부터 일상 루틴 만들기에 한참 심취해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아침밥을 챙겨 먹고,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일이 너무 좋았다. 퇴근 후엔 읽고 쓰는 모임들에 참석하고, 주에 세네 번은 운동을 하고, 밤 열두 시면 잠자리에 들었다. 평생을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평생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변화였다.


그리고 한 달 전, 무슨서점에서 새롭게 시작한 #읽단쓰기클럽 참여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토요일 아침은 언제나 무슨서점에서 시작했기에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서점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모두가 읽기에 집중해 있던 그 시간 손목에 장착한 갤럭시워치에서 요란한 진동이 느껴졌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는 알림이었다. 두 통의 전화를 무시하고 기어코 세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 서점 문을 열고 나가 전화를 받았다.


택시를 잡아 타고 강남의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아빠는 일곱 시간이 넘는 큰 수술을 받았고, 그때부터 우리의 병원생활이 시작되었다. 아픈 사람 옆에서 멀쩡한 사람으로 생활한다는 건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었다. 새벽 네시반부터 시작되는 병동의 하루 중 독서나 운동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보호자의 삶이란 다른 환자를 한 명 더 키워내는 과정이었다.


일주일 뒤 동생과 바통터치를 하고 나서야 병원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멍한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빠는 퇴원했다. 주에 한두 번은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에 몇 없는 연차를 쪼개 써가며 외래 진료를 다녔고, 병원 진료가 없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의 일상은 누워 있는 것이 전부였다. 체력은 바닥났고, 열심히 쌓아 올린 루틴은 무너져 내린 지 오래였다.


아빠가 사고를 당한 지 딱 한 달이 된 오늘이다. 다행히도 아빠는 보이지 않게 된 왼쪽 눈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덕분에 나도 차분히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다시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다음 주부터는 멈춰두었던 PT도 받기로 했다. 그리고 함께하겠다고 결정만 해둔 채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못했던, "읽단 쓰기 클럽"에도 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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