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모르겠어, 모르겠어

by 현정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냉정하겠지만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었다. 엄마가 안타까웠지만 나도 안쓰러웠다. 수술 뒤에 닥쳐올 상황들을 감당해낼 자신도 없었다. 내 인생이 불쌍했다. 처음부터 엄마의 간 이식 수술에 부정적이었다. 이미 마음을 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입 밖으로는 수술을 하지 않겠노라는 말을 뱉을 수 없었다.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간 이식 수술해드릴 거야?”

“모르겠어.”

“검사는 받아볼 거야?”

“그것도 모르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어.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여기저기서 “어떡하게?”라는 물음이 들려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그 무렵부터 술도 먹지 않고 몸에 안 좋을 것 같은 일은 모두 하지 않았다. 왠지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엄마에게 간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서 내 간을 더럽히는 걸로 비칠까 봐. 혹시나 무의식 중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걸까 봐. 피어싱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만의 하나라도, 나쁜 균에 감염될까 봐. 간의 건강에는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일이지만 그냥 하지 않았다. 엄마의 간 이식 수술에 내 건강이 핑계가 될까 봐. 그냥, 그냥.


고민하고 흔들리던 나를 보며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준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른다. 엄마에게 간을 내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민된다는 이야기에, 너부터 생각하라고, 더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이야기해준 고마운 사람들. 너의 인생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너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을 거라고, 죄책감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소중한 사람들. 나보다 나를 더 아껴준 든든한 사람들.


그때는 고맙다는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고맙다는 말조차, 나를 천하의 몹쓸 사람으로 만드는 것만 같아서. 이제 와서 고백하는 거지만 참 고마웠다. 그냥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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