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누군가의 생명줄을 손에 쥔다는 것

by 현정

엄마는 죽어가고 있었고,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1. 간 이식 수술을 진행한다.

2.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으로 옮긴다.


이 말을 다르게 쓰면 다음과 같았다.


1. 살린다.

2. 죽인다.


엄마의 생명줄이 내 손에 쥐어졌다.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았을까.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당연히 1번을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없었다.


우선 수술비용. 엄마는 간만 망가진 것이 아니었다. 신장과 폐까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간 이식 수술을 위해서는 신장을 완전히 망가트린 후 중환자실로 이동해 투석을 진행하면서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수술을 기다려야 했다. 가족들부터 엄마에게 간 이식을 할 수 있는지 검사하고, 만약 가족들 중 맞는 간이 없다면 맞는 간이 나타날 때까지 버티고 버텨야 했다. 가족들의 검사 비용을 포함해서 대략 계산해본 비용만 해도 1억에 가까웠다. 반지하 월세방에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우리 집 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모든 대출을 다 동원해서 수술 비용을 마련했다고 치자.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걱정이었다. 과연 엄마가 술을 끊을 수 있을까? 솔직히 이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만약 엄마에게 내 간을 떼어줬는데, 엄마가 내 간을 달고 술을 마시러 다닌다면? 설상가상으로 나는 수술 후유증에 시달린다면? 만의 하나 엄마에게 내 간은 맞지 않고 동생만 이식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미 빚은 빚대로 생긴 상태일 텐데 나는 그 모든 상황을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무섭고 두려웠다. 자신이 없었다.


이모들 역시 엄마의 수술에 반대했다. 가망이 없다고,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게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핏줄이 뭐라고, 죽도록 미워했는데 선뜻 엄마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연민도 물론 있었겠지만, 내가 살인자가 되는 것만 같은 느낌도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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