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엄마는 그때

by 현정

엄마는 그때 까만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좀비 영화에나 나올법한 얼굴색이었다. 엄마의 생기가 술에 잡아 먹혔다는 사실은 까만 피부에서부터 드러났다.


눈은 노랗고 빨갰다. 입술조차 까맣게 변해버린 엄마의 얼굴 중 유일하게 눈에만 색이 있었다. 흰자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노래져 버린 엄마의 눈. 그 위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빨간 실핏줄. 노랗고 빨간 배경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인 초점 없는 눈동자. 나를 보고 있는 건지, 허공을 보고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건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한번씩 깜빡이는 눈꺼풀이 아직 엄마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비쩍 마른 팔다리에 불룩 솟아오른 배. 영양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엄마의 팔다리는 그야말로 앙상했다. 지방도 근육도 찾아볼 수 없는 엄마의 몸은, 뼈 위에 가죽만 힘겹게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그 가죽마저도 손으로 쓰다듬으면 마치 뱀의 피부를 만지는 것처럼 바스락거렸다. 앙상한 팔다리와는 달리 복수로 가득 찬 배는 ET마냥 불러있었다. 폐에까지 차 버린 복수를 빼내느라 엄마의 몸 곳곳에는 여러 개의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다.


손톱과 발톱의 양 끝이 살을 파고들었다. 그렇게도 예쁘던 손톱이었는데. 엄마를 닮아 나도 어디 가서 손톱 예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손톱과 발톱을 감싸고 있는 살들이 힘을 잃어서인지 엄마의 손톱과 발톱은 점점 더 깊은 반원의 형태로 모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너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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