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방》 - 존 버거, 이브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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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계세요, 엄마?
죽은 이들이 진짜로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그런데 그건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그런 곳을 말하지 않잖아요.
우리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 뭔지 모르니까요.”
-p.32
한 여자의 죽음 이후에 그녀의 남편과 아들이 그녀를 위해 펴낸 책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 스스로를 위해 펴낸 책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가까운 누군가를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보내고 이 땅에 남은 누군가를 위해 펴낸 책일지도.
며칠 전 죽음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래는 그날 쓴 글의 일부다.
7개월 전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죽음이라는 말의 의미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이 땅에 남겨진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책이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바위 위에 죽은 사람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면, 괴로운 것은 그 죽은 사람이 아니라 깔린 바위일 것이라는 이야기.
얼마나 공감이 됐는지 모른다. 죽어보지 않은 이상 죽은 자의 마음이나 사후 세계에 대해서 알 길이 없지만, 그래서 바위 위에 널려 있는 그 사체의 괴로움은 내가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먼저 보내고 남은 자의 삶이 어떤지는 온몸으로 느껴본지라 바위의 괴로움에는 크게 이입이 되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점점 진해진다. 먼저 하늘로 떠나간 여자에 대한 남은 두 사람의 그리움이. 이들은 그녀의 빈방을 통해, 그녀가 더 이상 함께 있지 않다는 현실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책을 쓴 걸지도 모르겠다. 잊기 위해서 동시에 기억하기 위해서.
이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직면한 많은 사람이 그들이 느낀 고통이나 슬픔, 죄책감, 후회나 미련 따위를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남긴다. 이것만이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나 역시도 그렇고.
그런데 떠나버린 사람은 어떨는지 알 길이 없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사체 아래에 깔린 바위의 입장에 더 가까움에, 살아있는 동안은 평생 그럴 수밖에 없음에.
떠나버린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다. 보이지 않지만 매 순간 느끼고 있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엄마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