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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Apr 30. 2020

진정한 금수저는 행복을 물려받은 사람이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모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면 아마 열에 여덟, 아홉은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보통의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본인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세워둔다.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더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더 행복한 삶을 선물하기 위해, 부모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의 입장이다.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철저한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희생으로 가득한 부모님의 삶은 여간 부담되는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 명의 자녀를 대학 졸업까지 22년의 기간 동안 양육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7년 전 이미 3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내가 이 나이를 먹을 동안 3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 통계에서 또 하나 놀라운 점은 “22년”이라는 기간이다. 요즘은 22년 만에 대학 졸업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는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옛말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밥숟가락은 입에 물고 태어난다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부모님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 놓았을 뿐인 친구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나무랄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경제적, 정서적 독립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더 오랜 시간 부모님의 희생을 지켜봐야 한다. 알면서도 모른척해야 하고, 알면서도 기대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입에 물고 있다는 밥숟가락은 어느새 눈칫밥을 퍼먹는 데에만 쓰고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께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희생하지 마시라고. 행복하시라고. 자녀의 행복보다 본인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시라고. 오해 없길 바란다. 희생하지 말라고 해서 자녀를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행복한 정도의 희생만 하라는 것이다.


행복을 넘어서는 희생을 강행해온 부모는 언젠가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원망의 말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너 하나만 바라보며 여태껏 참아왔다고 자녀를 질책하거나, 내 노력의 대가가 겨우 이것이냐며 하늘을 탓하게 될 수도 있다. 그 울부짖음에 대한 자녀의, 혹은 하늘의 대답은 하나일 것이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어?”


부모의 역할은 행복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본인이 행복해야 한다.
불행한 사람은 행복을 가르쳐 줄 수 없다.


바이런 케이티는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에서 “자녀가 행복해야 당신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녀의 행복을 인질로 잡고 있는 셈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에 대해 “아이들을 빼버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이 홀로 행복해지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라고 했다.


“맹모삼천지교”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자녀도 부모의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 삶의 터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자신의 교육을 위해 수차례 포기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맹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오로지 감사하기만 했을까? 어쩌면 맹자도 부담감에 못 이겨 어머니에게 “누가 그렇게까지 하라고 했어요?”라는 원망의 말을 뱉어버린 적이 있지 않았을까?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고 해서 내 자식이 금수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들 한다. 자녀가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운다는 의미다. 돈이 많아도 불행한 삶을 사는 부모라면, 그들의 자식 역시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행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진정한 금수저는 행복을 물려받은 사람이다.


매일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자녀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하고, 행복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임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그게 진정한 금수저다.


내 자식을 금수저로 만들어주고 싶다면 일단 본인의 삶애서 행복을 찾아보자. 부모에게서 넘쳐흐른 행복은 자연스럽게 자녀의 삶에 스며들어 그들의 인생을 금빛으로 만들어줄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금수저를 물려주는 부모가 될 수 있다. 일단 자기 자신부터 행복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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