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 기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by 현정

며칠 전, 엄마의 첫 번째 기일이었다. 1년 전 엄마의 죽음과 함께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맞이했던 것처럼, 요 며칠 기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미묘한 기류에 휩싸여 있었다. 갑작스러운 듯 평온하게 죽음이라는 단어에 직면했듯이 기일이라는 단어도 조용히 내 피부에 와닿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연초부터 6개월간 다닌 학원 수료일이 엄마의 기일 전날이었다. 코로나19 등등의 예기치 않은 이유로 수료일이 수차례 조정되면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대장정의 마침표와 함께 한껏 상기된 학원 동기들의 얼굴과 내 얼굴을 사뭇 달랐다. 종강 회식 투표에 마음으로만 불참 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혼자만의 수료식을 진행했다. 회식에 왜 오지 못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개인사정이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기일이라는 말이 아직은 입 밖으로 쉽사리 뱉어지질 않았다. 목구멍에 뿌옇게 자리 잡고 있던 기일이라는 단어가 형체 있는 소리가 되어 누군가에게 전달될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단정한 옷을 갖춰 입고 혼자 엄마를 찾아갔다. 버스에서 내려 20여분을 헐떡이며 걸어올라 추모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얼굴을 진득하게 감싸는 물기가 땀인지 눈물인지 습한 공기인지 알 수 없었다. 온몸을 휘감은 끈적한 기류는 점점 더 내 호흡을 조여왔고, 지독한 장마의 끝에 엄마의 기일이 맺혀있었다. 그렇게 엄마의 첫 번째 기일이 지나갔다. 조용한 듯 낭자하게, 가벼운 듯 끈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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