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꿈이 많았다. 관심사에 따라 수시로 장래희망이 바뀌었다.
가난해서 단칸방에 네 식구가 생활하고 내 방 하나 없어도 행복했다.
다만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빌 게이츠 보다 큰 부자가 꿈이었고, 화가가 꿈이었다.
그림 그리는 게 참 좋았다. 없는 형편에 미술 학원 보내 주시는 부모에게 감사했다. 그러나 화가는 돈이 안된다는 생각에 은연중에 꿈을 접었다. 그리고 부자를 꿈꾸고 넓은 세계가 궁금해 세계일주를 꿈꿨다. 글을 쓰고, 일기 쓰는 것이 좋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죽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때 만화에 빠져 만화를 그리며 만화가를 꿈꾸고, 예쁜 드레스를 보면서 의상 디자이너를 꿈꿨다. 열심히 드레스를 그리며 예술 고등학교를 희망하며 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지병 악화로 없는 집안은 더 기울어졌고, 나는 예술 고등학교 진학을 부모님께 말 한마디 꺼내 보지도 못하고 접어야 했다. 그 후 수의사, 의사, 고고학자를 꿈꿔봤지만 공부머리가 없기에 일찍이 포기했다. 언제부터 돈 되는 직업을 생각하게 되었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화장실은 밖에 있고 쥐가 나오는 낡은 집보다 깨끗한 집을 원했던 나의 염원이었는지 예쁜 집을 짓고 싶었다.
그 꿈은 아직도 유효하다. 주택 관리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은연중에 예쁜 내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은 여전하다. 나에게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줄 포근한 집을 상상한다.
그렇게 꿈이 많던 소녀는 고등학생이 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현실과 마주한다.
지독하게 가난해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마저 안 들었다.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회사 취업을 하면 좋겠지만 공부도 능력인지 늘 중위권을 유지했다.
돈이 좋기도 했지만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부자는 왜 늘 부자이고 가난한 자는 늘 가난한 것일까?
궁금해서 경영학과를 생각하고 진학을 하고 회계 공부를 했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어디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꿈 많던 소녀는 꿈을 잃었다.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며 가난은 벗어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며 그냥 그렇게 살았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며 무의미하게 지냈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내 아이만큼은 이렇게 꿈이 없는 삶을 살아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바뀌기로 결심한 것이다. 다시 꿈 많던 소녀로 돌아가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이루며 살아갈 목표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