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잘 쓴 글은 어떤 글일까?

잘 쓴 글에 관하여

by 책사이애


"얘들아, 잘 쓴 글은 어떤 글일까?"


오늘 글쓰기 주제는 '이야기 이어 쓰기'다. 제시된 문구를 통해 '앞 이야기 꾸미기' 나 '이야기 이어 쓰기'로 글을 썼다. 제시된 문구는 동화책에서 발췌한 문구로 두세 문장으로 구성된 짧은 문구다. 총 4권에서 발췌한 문구들이 적힌 활동지를 랜덤으로 나눠주었다. 문구를 받아 든 아이들,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문장의 맥락은 무엇이냐,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어떤 상황인 거냐 따위의 말들을 쏟아 내며 저마다 생각할 시간을 번다.


주어진 문구가 단순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론 꽤 까다로운 글쓰기다. 자유롭게 글쓰기를 하던 아이들은 정해진 문구를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며 제시된 문구들을 끊임없이 되씹는다. 눈치가 빠른 아이들은 문구 속 몇몇 단어들로 에피소드를 금세 만들어 내기도 한다. 망설이거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어떻게로든 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다. 쓰면서도 발췌된 문구의 동화를 계속해서 물어 온다. "선생님 이건 어떤 상황이냐고요!", "이 대사를 하는 사람이 남자예요 여자예요?", "이 아인 혹시 동물인가요?" 제시된 문구 속 상황이 중요하지 않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어떻게로든 도움받고 싶은 아이들은 집요하게 물어온다.


그런 아이들에게 '상상'하며 써 보라 말은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마음껏 상상하는 일 얼마나 어려운가. 그 상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만큼 어려운 글을 성실하게 또 꾸준하게 쓰게 하는 것이 내가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제시 문구를 사용하되 형식은 자유!


간단하고도 짧은 문구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선생님 형식이 뭐예요?" 무심코 넘긴다 해도 문제가 없을 단어를 끝내 붙잡고 질문해 오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기에 이렇게 글쓰기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형식을 지켜내는 것에 치우치면 글이 갖는 생명력은 약해질 수 있다. 어떤 틀에 갇히게 되면 그 틀 이상의 무엇을 담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형식을 넘나들며 원하는 글을 '솔직'하게 써 내는 것이 훨씬 더 '잘 쓴 글'이라 설명 해주었다.


아이들은 단박에 이해하지 못했다. 솔직하게, 마음 담아 써라! 내가 해 놓고도 참 어려운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말이어도 아이들한테 꼭 해주고 싶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언제고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이들에게 잘 쓴 글이란 어떤 글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가자, 아이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재미있는 글이요. 상상력이 풍부한 글이요. 표현력이 좋은 글이요. 웃긴 글이요.' 어느 하나 틀린 말은 없다. 단연코 잘 쓴 글이 맞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따로 있었다.


'솔직하고 진심을 담은 글'


그것은 나의 마음을 명명백백 솔직하게'만' 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하게 글을 쓰려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문구에 정성 어린 마음을 담아내면 그 글은 소재나 형식과는 관계없이 '잘 쓴 글'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이야기한 잘 쓴 글이라는 건 분명 어딘가에서 들었던 말일 테다. 그런 글이 왜 잘 쓴 글인지 아이들이 과연 알 수 있을까? 스스로가 쓴 글을 잘 썼다고 느끼고 있을까? 재밌는 표현도 없고 특별한 단어도 없고 또 상황 자체도 밋밋하고 재미없는데 이 글을 쓴 스스로는 잘 썼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친구들에게 너의 글이 잘 쓰인 글이라 말할 수 있는 건 앉아서 고심하는 시간 속 아이의 눈빛에서 드러나는 간절함과 진심이다. 꾸밈없는 진솔한 글 속에서 아이들이 써야 하는 글이 비단 유려한 문구나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특별한 소재 같은 것이어야 할까? 진정 솔직한 글은,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할 수도, 위로를 주기도 또 무엇보다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힘주어 설명한다.


정해진 문구지만 아이들 제각기 쓰는 스타일은 다르다. 그런 아이들의 글이 누구는 잘 썼고 누구는 못 썼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앞뒤로 이어붙인 그 이야기들이 정해진 문구, 어렵지만 그럼에도 그 문장을 살려 내기 위한 아이들의 '열렬한' 글쓰기였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의 글을 모두 다 잘 썼다고 말하지 않을 이유가 나에겐 없다. 진심을 담은 글은 모두 잘 쓴 글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글이 아름답고도 고맙다.






이미지 <황금 거위 - 유리 슐레비츠>



이전 04화선생님, 더러운 얘긴데 써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