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 성해나
다르지 않음을, 어떤 특권층이나 남다른 종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족속들과도 우리 모두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네이버 사전 검색에서 ‘잉태’를 검색하면 두 가지 의미가 나온다. 하나는 응당 떠올릴 법한 그 잉태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실이나 현상이 내부에서 생겨 자라남’이다. 이 의미로 소설을 두가지 측면으로 해석해 보자면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부조리인 씨족, 씨, 핏줄의 연결을 앞세워 며느리를 대상화 하는 측면이고 고부 뿐 아니라 시부와의 관계에서 자라게 되는, 보이지 않는 경계에 관한 측면이다. 분명하게 내가 품은 나의 자식이거늘 핏줄과 관례를 운운하며 주도권을 빼앗기기 십상이고 설령 지켜낸다해도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지점들을 소설은 잘 표현해주고 있다. 여기서 딸이 ‘독립’을 운운하지만 실상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독립은 어쩌면 불가능한 영역일지도 모른다. 씨, 핏줄로 연결된 우리가 무엇에서, 누구에게서, 어떤 관계로부터 독립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남이었던 여자가 며느리가 되는 순간 또 다른 남이 될뿐 결코 섞일 수 없다. 그런 남이 잉태한 아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마는 이 부조리를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들여다 봐야 하는지. 디올 베이비나 호텔 망고빙수를 너머 ‘지지’의 관계에서 톺아 올릴것들이 많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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