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 성해나
그런 관계가 어디 있겠어요. 다 환상이죠. 236
비관의 반대말은 낙관(樂觀)이 아니라 낙망(落望)이다.
‘외따로 떨어지거나 적응을 못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은 내 오랜 습관’이라 말하는 알렉스에게 수잔은 끝내 귓속말로 이야기한다. ‘너무 애쓰지 마요. 애쓰면 더 멀어져.’
‘우리가 도모하는 것은 이전에는 없던 이상이고, 미래라 생각하’는 나는 상대가 ‘이 세계에 적응만 한다면 다들 그를 긍정적으로 봐줄 거라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는 잘하고 있다고’ 착각한 부류에 속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그것들을 먹고 마시며 우리는 차츰 가까’워 졌다 믿었다. 누군가 ‘왜 네 몫도 버거워하면서 남까지 챙기느냐 핀잔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호의적인 게 나쁜 걸까’ 되물으며 내가 하는 일련의 일과 태도가 세상을 우호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다.
‘가족 같다고’ 믿었던 이들에게서 ‘갑분싸’를 몇 번 겪은 후 시나브로 깨닫게 되었다. ‘그런 관계’는 없고 ‘다 환상’이라는 사실을. ‘항상 해맑잖아요. 일이 많아도 웃고 사람들이랑도 잘 지내려고 하고요. 나도 그랬거든요. 근데 오래 구르다 보니 찌들더라고요.’ 그렇게 우린 대부분, 땅 분배, 도로사업, 상여금 같은 문제로 쉽게 돌아설 수 있는 사이였는데 왜 그렇게 ‘애쓰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럴수록 더 ‘멀어져’버린 관계들이 ‘호의’라는 단어와 함께 내 앞에 뚝 떨어졌다.
여전히 나는 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못내 타파하지는 못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가를 떠올리지 않으려 부단히도 애쓰고 있다. 설령 나의 이런 행위가 무용하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겐 ‘환상’으로 비칠 어떤 관계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우호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강퍅하기만 한 세상 속에서 나를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기획독서 #한컵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