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봄밤의 모든것 - 백수린

by 책사이애

호우

멍하니 공상에 잠겨 있거나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행동하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 모든 것은 그녀가 긴 세월 동안 억제하고 없애고자 애를 썼던 자신의 단점들이었다. 157

그렇다. 너를, 그런 너를 내가 안다고 생각하면,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르는 누군가도 이렇게나 온몸을 흔들어대는데 하물며 너는, 이름과 얼굴과 너의 삶을 ‘아는’나는 적어도 너에게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닐까?

너를 아는 나는 너를 미워할 수 없다. 아니, 미워하기 싫다. 왜? 우린, ‘사람’이니까. 누가 누굴 미워하고 누가 누굴 싫어하고 누가 누굴... 그렇게 내팽게치면 안되는 ‘사람’이니까. 모두를 사랑하는 성인군자가 아니라,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우린 사람이니까. 사람이니까 미워하면 안되는 것 아닐까?


나 하나의 멸시와 미움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 누군가의 미움과 멸시, 경시를 받는 상대는 온전하기가 힘들다. 스스로를 세우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니 나는 미워하지 말자. 적어도 나 하나는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조금, 궁금해 하기도 하자. 그런 작은 궁금증들이 언젠가 상대에게로 날아가 작디 작은 응원이 될지도 모르니.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나쁜 사람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세상의 많은 사람이 꽤 외롭게 살아간다는 걸 아는 사람이기에 그 누구도 쉽게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나오려고 현관앞까지 사력을 다해 발걸음을 내디딘 누군가 끝내 그 문을 열지 못하고 죽는 일만은 없어야 하니까. 현관앞까지 나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나 하나는 조금 바라봐 주기로 하자.


#기획독서 #한컵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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