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우리

봄밤의 모든 것 - 백수린

by 책사이애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유타와 더 이상 연락을 할 수 없게 된 이후에도 기억했다. 그 봄밤의 모든 것을. 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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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아직도 그래요?”97p


우리는 상실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시간이 약이라 해서 웬만큼 시간이 흐르면 시나브로 잊힐거라 착각한다. 그럴 리가. 아직도라니. 아직도 그렇냐니.

혼자 남은 할머니를 돌보는 일에 자신의 미래를 모두 쓰겠다는 유타는 말한다. “아깝긴,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데. 할머니는 이 세상에 남은 내 유일한 가족” 86p 이라고.

우연히 만난 개와 함께 살게 된 그녀는 어느새 자신도 유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다. ‘개를 하루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라면 아까울 것이 없었다.’ 94p 개를 잃고 얼마 후, 아직도 그렇냐는 올케의 말에 그녀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어느 밤, 그 어느날의 아름다운 밤, 그 달을 함께 본 건 그녀와 그녀가 사랑하는 개 뿐이라는 사실을 가까스로 떠올린다. 그 무엇도 그녀와 개가 나눈 그날의 온기와 감촉, 봄밤의 밀도와 향기를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아주 작은 위안이 되어준다.

우리에게 무언가 완벽하게 나눠 가진 사랑은, 그 마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직도, 여전히 계속된다. 설령 그것의 기억과 감각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해도 봄밤, 그 밤의 달빛은 영원히 기억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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