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나를 살게 하는 힘

by 책사이애

마주 앉은 아이에게 물었다. “지아야,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1초의 고민 없이 아이가 대답한다. “엄마는 훌륭한 사람, 포기하지 않는 사람, 끈기 있는 사람!” 양육자로서 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면 아주 조금,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인 어른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말이 웬지 조금 서글프게 들려왔다. 그래서 구질구질하게도 한번 더 되물었다. “그럼 그런 모습 말고는 다른 모습은 없어?” 추가 질문에도 아이는 망설이지 않는다. “있어. 엄마는 중독쟁이야.” 이따금 아이가 재미삼아 쓰는 동시에서 나는 대부분 책중독, 글쓰기 중독, 커피 중독인 엄마로 표기된다. 아이에게 그 ‘중독’이라는 단어는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다. 푹 빠져 있지만 그 몰두와 몰입이 마냥 좋게 느껴지지만은 않은. 어쩌면 열 살아이가 옆에서 가장 친밀하게 붙어 지켜본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중독,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병적 상태라. 뭔가 무섭게 들리는 것도 같다. 아이 말대로 나는 무엇이 중독되어 있나. 가만히 떠올려보니 당장 생각만 해도 목울대가 꿀렁 거리는 맥주와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일거리를 계속해서 찾는 나의 뒷통수가 떠오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는 것 또한 그결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무언가를 해야지만 나를 세워 놓을 수 있는. 그것이 ‘병적’인 상태라면 글쎄.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또 모르겠다. 아이가 보는 또 주변에서 보는 나는 어떤 상태인지.


아이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과 중독쟁이의 가운데에서 나를 정의해본다. 뭐든 중독된 상태에 도달할만큼 엄청난 집념과 몰입으로 그 일을 해내고 그렇게 해내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꽤 훌륭해 보인다! 이렇게 내 마음 편한대로 정의해보자. 오늘도 써야 할 모든 글을 다 썼고, 계획했던 모든 일을 다 치러냈다. 중독쟁이라 안하고는 못배기지만 그렇게 해내는 나는 훌륭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입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또 기분좋게 정의내려본다. 나를 비롯, 우린 대부분 꽤 괜찮은 사람이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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