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아이, 따로 없다!

본질은 책이 아니다!

by 책사이애


집, 또는 도서관에서 또 그 외 아이가 앉아 있는 대부분의 자리에서 아이는 책을 펼친다. 얼른 읽고 싶어 마음이 조급한 날에는 길에서도 앉아 책을 읽는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잠시, 차량으로 이동하는 잠깐의 시간에도 아이는 책을 펼친다.


그렇게 책을 펼쳐든 사진만 보면 아이는 늘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잠시, 그러니까 1~20분을 제외하면 아이는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이는 가만히 앉아서 책만 보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친구가 있다면 정말로 큰일이다. 아이는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면서는 책을 보지 못한다.


아이가 놀기만 하고 책은 안 본다? 충분히 놀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 있고, 책 말고 다른 볼거리가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논다. 그렇게 놀이에 푹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움직인 아이는 잠시 숨을 고르거나, 몸을 쉬게 해 줄 때 다른 것이 아닌 책을 집어드는 것이다.


이 단순한 루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쌓은 일상 속 패턴에서 온몸으로 놀이를 하고 난 후 심신이 차분해지는 순간, 그 무료함을 아이는 편한 자세로 앉아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자신을 조절하는 것이다.


집에서 책만 보는 아이는 없다. 역동하는 유기체인 아이가 가만히 앉아 책만 본다면 그건 책을 보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책을 책으로 만나는 아이는 책만 보지 않는다. 책을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아이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딸아이에게 책은 ‘편안한 친구’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어디서든 자신의 곁에 있고, 나누고 싶은 만큼만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세상에서 몇 안 되는 편한 친구.


아이는 집에서 1초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최근 아지트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자신이 만든 책상 밑 공간에 스탠드를 밝혀두고 과자를 먹으며 만화책 읽기에 빠져 있다. 아이는 외향적이라 바깥에서 놀 때면 짐승처럼 뛰어다닌다. 맨손으로 온 동산 흙을 다 파내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이름 모를 열매들과 꽃잎을 다 따서 먹어본다. 2층 높이의 미끄럼틀 지붕에서 점프하는 놀이에 최근 재미가 들려 계속해서 잔소리를 하고 있다. 여자 아이라 대결 놀이를 선호한다. 나뭇가지 두 개만 있으면 펜싱을 겨루고, 돌멩이가 많은 호수나 바다에 가면 늘 멀리 던지기 시합을 한다. 9월 생이라 대변을 깨끗이 닦는 게 아직 잘 되지 않는다. 옷을 입고 나서도 옷가지를 정돈하길 어려워해서 늘 엉망인 채로 입고 다니고, 아직도 신발을 바꿔서 신는다. (여전히 오른쪽과 왼쪽을 헷갈려한다)


내향적인 여자아이라, 9월생이라 의젓하고 발달이 빨라서 아이가 책을 즐겨 보는 것이 아니다. 굳이 그것에 단서를 붙여야 한다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책에서 받았던 무수한 ‘좋은 것’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가 직접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책 좋아하는 아이, 따로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