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는 아이, 따로 있나?

책만 보는 아이, 책도 보는 아이

by 책사이애

도서관 독서모임이 끝나고 여러 명이 앉아 시원한 밀면을 먹고 있었다. 마주 앉은 회원 한분이 대뜸 묻는다. “아이들은 집에서 뭘 하고 놀아요?” 질문에 앞서 나눈 대화가 기질에 따른 외향성과 내향성이 아이들의 일상에서 여러 형태로 나뉜다는 이야기였다. 간과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딸이라서 얌전해, 아들이라서 과격해, 1월생이라서 빨라, 12월 생이라서 느려와 같이 딱 2가지로 아이들의 패턴을 분류하는 것이다.



분류하는 것으로 얻는 안도가 필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아이라는 존재는 단순한 카테고리 하나 둘로 묶이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당장 아이의 성향을 E냐, I냐로 나누는 것 또한 의미가 크지 않다. 남녀라는 성역할에 따른 사회적 성향은 성장하면서 차츰 형성되는 것이다. 단순히 딸이라서, 아들이라서 다른 행동을 두 부류로 갈무리하는 것은 섣부른 일반화일 수 있다.



질문을 던진 분이 정말 궁금했던 건 바로 외향적이지 않은 남자아이를 향한 불만이었다. 대부분, 남자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기를 선호하는데 자신의 아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문제로 보는 것이었다. 질문의 끝에 집에 있길 선호하는 아이, 즉 나의 딸아이는 그 긴 시간 집 안에서 무엇을 하냐는 것이었다. 책 좋아하는 아이니 으레 그렇지 않냐는 뉘앙스로 물어왔다. “책만 보나요?” 두 손바닥을 나란히 붙여 하늘을 향해 펼치며 책을 들여다보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주기까지 했다.


아이는 책을 즐겨 본다. 이 말이 듣는 이에 따라 여러 맥락으로 이해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이가 ‘책을 본다’ 정도로도 생경한 부모가 있을 것이고, 즐겨 본다고? 라며 의심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그저 아이가 ‘본다’ 정도에 퉁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직업적 특성상 아이 책생활에 관한 정보를 곧잘 sns에 공유한다. 기특한 모습이라 마냥 자랑스러운 마음에 올리는 사진은 아니다.


여자 아이라서, 내향적이고 순한 아이라서, 늦지 않은 9월생이라서 조용히 앉아 책을 즐겨 읽는 것이라 여길 법한 사람들에게 어떤 특징적 기질이 아이 책생활 모두를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습관을 제공하면 누구나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나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독서를 지금 당신의 자녀도 할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책을 즐겨보는 아이,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즐겨볼까? 그것을 이야기하고, 원인을 찾고, 실천 방법들을 연구하는 일을 오랜 세월 하면서 아이가 책을 ‘즐겨 보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책‘만’ 보게 하지 않으면 된다.



책만 보는 바보, 책벌레. 예전에는 이런 수식어가 나름대로 좋은 의미로 통용됐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지적인 영역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분위기다. 책만 보면 정말 바보가 되고, 책벌레는 말마따나 책을 읽기만 하는 단순 독서를 반복하는 무의미한 행위로 인식이 바뀌었다.


여전히 대부분 사람들은 책을, 또 책을 읽는 사람을, 책을 쓰는 사람을 경외한다. 자녀를 출산하면 숙제처럼 책을 내밀고, 성장에 따라 발달하지 않는 독서력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안고 산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 그저, 읽으면 ‘좋다’니까 읽히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책‘만’ 읽는 것 정말 좋은 것일까?

수요일 연재
이전 02화일상으로의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