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을
제주에는 587개의 마을이 있다.
마을 속에는 제주어로 동네를 뜻하는 '가름'(또는 ‘카름’)이 있고, ‘가름’ 속에는 어우렁 더우렁 모여 사는 ‘집’이 있다.
집이 모여 가름이 되고, 가름이 묶어져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의 전통이 살아있는 제주의 마을, 그곳에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의 마을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자연 취락 형태이다.
물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행정구역이 존재하지만, 주민 편의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마을 행사나 중요한 일은 마을자치회에서 주관하고 결정한다. 행정동(읍면지역의 경우 리) 안에 법정동이 속해 있는 구조이다.
제주의 마을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마을이 형성된 내력을 ‘설촌’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는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마을의 형성과정을 보면 물이 있어 식수나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삶의 터전이 되었다.
1980년대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그만큼 물이 귀한 환경이었고, 해안 지역이나 중산간 지역이나 용천수는 취락 형성의 절대적 조건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제주의 용천수는 마을의 설촌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나는 제주의 마을을 탐방할 때 가장 먼저 마을회관을 찾아간다.
마을회관 주변은 대부분 방문객을 위해 주차장이 있고 마을 소개와 관광 안내도가 잘 갖춰져 있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다. 보통 마을회관으로부터 시작해서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제주의 마을은 육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우선 마을 경계가 뚜렷하다.
마을 입구에는 어김없이 표지석이 있고 마을의 중심을 지나는 도로의 가로수는 마을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곰솔 같은 큰 소나무를 심어 이웃 마을과의 경계를 구분하기도 한다.
마을의 중심지에는 마을회관(자치회,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이 위치한다.
행정기관, 은행, 학교, 교회나 성당, 식당이나 마트 같은 상업시설도 중심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마을마다 당신을 모시는 ‘본향당’이 남아 있고, 정월에는 ‘포제’라고 해서 마을의 제사를 지내는 곳도 많다.
내가 사는 신효마을도 제주의 마을과 다르지 않다.
일주도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표지석이 있고, 마을의 중심도로인 효돈로는 왕벚나무 가로수가 멋들어진 자태를 뽐낸다.
오래된 동백낭이 서 있는 사거리에 마을회관이 있고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마트, 약국 등 편의시설이 자리 잡았다.
서귀포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제주의 마을을 만난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폭낭을 지나 올레를 따라 들어가면 돌담을 두른 집들이 이어져 있다.
용월이라는 다육이 환하게 웃는 돌담 너머로 햇살이 기웃거린다.
‘걸으멍 보멍’ 마을 길을 따라 구경하다 보면 금세 마을에 정이 들어 버린다.
*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공식통계로 제주의 마을은 587개 존재한다.(도심주거밀집지역인 동 지역 제외)
* 굳이 구분하면 행정동과 법정동이 있는데, 행정동은 주민센터가 있는 행정 편의상의 동이고, 법정동은 공부상의 주소를 말한다.
* 용천수는 ‘산물’ ‘산짓물’이라고도 하는데 살아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