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죽어가는 것

행복한 시 읽기(4) 윤동주의 서시

by 박현

윤동주의 서시를 읽고 또 읽는다. 시는 너무도 쉽게 읽힌다.

시를 읽고 있으면 파란 가을 하늘이 보이고, 어디서 오는지도 모를 바람이 불어오고, 은하수 같은 푸른 별들이 몰려온다. 서시를 읽으면 단어 하나하나가 나를 붙든다. 하늘, 바람, 별이 서로 부딪히며 반짝거리다가 마지막에 아름다운 문장 하나가 남는다.




생전에 열여덟 편의 시를 묶으며 자서(自序)처럼 써 내려갔던 시가 서시(序詩)라는 제목의 시다.

사후에 출간된 유고시집 제목도 서시에 나오는 하늘, 바람, 별이 주인공이다. 모두가 사람이 아닌 자연의 부분이다. 그의 다른 시를 읽어 보면 하늘도 바람도 별도 모두 시인이 사랑했던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이 사랑한 것이 그것뿐이랴. 시인은 '모든 죽어가는 것' 마저 사랑하려고 한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 사랑했고, 괴로워했던 시인의 인간적인 모습이 하늘, 바람, 별이라는 단어에 스며든다.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다짐하는 시인의 등 뒤에서 하늘, 바람, 별이 춤춘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마음에 또렷이 남는다.

먼 우주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가까이 바람에 흔들리고 반짝거리는 모습이 내 마음속에서도 그렇게 되어 나라는 존재가 소우주가 되는 느낌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다니. 시인이라는 사람은 참으로 위대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안테 주어진 길을

거러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11、20、윤동주 육필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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