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물

행복한 시 읽기(5) 소월의 시

by 박현

내가 고등학교 시절 외할머니가 가지고 계셨던 진달래꽃 시집을 기억한다.

나는 외할머니가 시집을 어떻게 구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소월과 동시대를 사셨던 그녀에게 소월 시집은 비단보다 값진 소장품이었으리라. 외할머니가 가슴에 품었던 그리움은 무엇이었을까?



소월은 짧은 삶을 사는 동안 시집 한 권을 남겼다.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품고 있었던 노래와 가락이 소월의 시로 더 풍성해졌다. 우리는 박행(薄幸)했던 천상의 시인 덕분에 더 행복할 수 있었다. 만약에 그의 시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월의 시를 읽으면 속에서 무엇인가가 꿈틀거린다. 님, 꿈, 밤, 벗, 봄, 서러움, 그리움, 그리고 눈물 같은 것이 마음의 도랑을 따라 내려간다.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된 127편의 보석 같은 시는 그렇게 하나의 큰 물결이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소월이 고향을 떠나 처가가 있는 구성에서 거처하기 직전 '독서도 아니하고 습작도 아니하고 사업도 아니하고 그저 다시 잡기 힘든 돈만 좀 놓아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을 때, 그즈음에 쓴 시는 시인의 안타까운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시인은 '꿈에 울고 일어나/ 들에/ 나와라/ 들에는 소슬비/ 머구리는 울어라'('바리운 몸'중에서) 라고 노래한다. 무엇이 눈물 나는 세상이게 하고 잠 안 오는 밤이게 하는지. '내 마음에서 눈물 난다/ 뒷산에 푸르른 미류나무 잎들이 알지/ 내 마음에서/ 마음에서 눈물 나는 줄을/ 나 보고 싶은 사람/ 나 한번 보게 하여 주소'('마음의 눈물'중에서). 그는 시름의 시인이었다.




남산공원에 가면 소월의 시비가 있다.

어디에 가면 어떤 이의 이름을 넣은 소월의 문학관이 있다고도 한다. 가장 불행했던 시인에게 우리가 그렇게 많은 빚을 지고 살고 있으면서, 시인의 이름을 넣은 기념관 하나 없다. 그가 노래했던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이 지금도 피어 있을까 생각하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 소월이 이북 출신으로 지차체에서 문학관 건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또 전언에 의하면 진달래꽃의 소재가 된 영변 지역은 핵시설로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 소월의 시 '진달래꽃' 전문

매거진의 이전글모든 죽어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