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랑하라는 말

행복한 시 읽기(3) 예이츠의 시

by 박현


그의 첫 시집에 실린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라는 시는 나에게 다르게 읽힌다.

친숙한 아일랜드 민요를 자신만의 시풍으로 만든 것도 있지만, 삶에 깊은 성찰을 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며,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어렵고 힘들 때가 있다. 절망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때 이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봄이 되면 버드나무 가지마다 나뭇잎이 자란다.

강이 있는 들판에 서서 바라보면 저 멀리 둑길에도 풀이 자라난다. 자연에게 나뭇잎이 자라고 풀이 자라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다. 그러나 어린 청춘에게는 삶도 사랑도 너무 어렵다. 사랑은 쉬울까 아니면 어려울까? 그 물음에 대부분 사랑은 어렵다고 답할 것 같다. 시인에게도 사랑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사랑한 여인은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가였던 모드 곤. 시인은 끝내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부디 내가 흙먼지 날리는 강변의 버드나무와 강둑의 풀처럼 그렇게 쉽게 사랑하며 살기를. 그러기 위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가벼워지길. 바람에 눕는 풀처럼 스스로 부드러워지길.




나에게 예이츠의 시를 들려준다.

사랑 때문에 힘들고 삶에 지쳤을 때 “쉽게”라는 단어가 나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메아리친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 둑 위에 풀이 자라듯 쉽게 살라!


* salley : 아일랜드 방언으로 버드나무의 일종.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그녀는 눈처럼 흰 귀여운 발로 버들 공원을 지나갔습니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어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들녘 강가에서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고,

내 기운 어깨 위에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얹었습니다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던 탓 지금은 눈물이 넘칩니다.


- 예이츠의 시 "수양버들 공원에 내려가" 전문(민음사 세계시인선집, 정현종 시인 번역)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would not agree.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 DOWN BY THE SALLEY GARDENS, William Butler Yeats(1865-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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