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사랑

행복한 시 읽기(17) 김남주의 시

by 박현


김남주 시인은 내가 존경하고픈 시인이다.

감옥을 글쓰기의 학교라고 했던 그는 실제로 대부분의 시를 옥중에서 썼다. 나는 오랫동안 그의 시를 읽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보았고,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김남주의 시「사랑은」을 읽는다.

시인은 오직 사랑만이 나눠 가질 줄 안다고 썼다. 시인에게 사랑은 자본의 힘에 의해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제 뼈를 갈아내는 '희생'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의 사랑론은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아는 '통찰'과 한 별을 우러러보는 '연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인간의 사랑'이다.


그의 시는 자본론을 쓴 마르크스의 사랑에 대한 담론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사랑은 인간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으로서 전제하는 것, 삶과 현실을 통하여 사랑을 감추어 두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고, 사랑이 받아들여질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너무 흔하다. 또,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가볍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지만,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는 인간의 사랑은 절실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녁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 김남주의 시「사랑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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