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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같은 동료, 어떻게 할까요?

직장인 고민상담소

by 겨울나무

Photo by Dylan Gillis on Unsplash




학창 시절, 선생님한테 이쁨 받는 친구들이 있었다.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면 좋은 점도 있지만, 수업시간에 문제풀이에 호명될 수도 있고 혹시 잘못된 행동을 하면 눈에 더 띄기도 하니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생님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즐겁고 중요한 시기이니, 쉬는 시간에 같이 매점 가서 군것질하고 같이 하교하고 놀러 갈 친구들이 있다면, 교사의 관심은 별 영양가 없고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직장은 좀 다르다. 상사의 관심과 인정은 평가로 이어지고 그것이 연봉으로도 이어지니 윗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직장생활을 하는 데에 중요하다. 작은 성과라고 해도 내가 한 업무에 대해 드러내 보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면 평가할 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술이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시도해보려 하지만, 영 어색하고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어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생긴 대로 지내련다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한 만큼은 인정받고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직장인의 공통적인 바람일 것이다.


그런데, 잔잔한 마음을 흔드는 동료를 만날 때가 있다.


" 동료가 상사에게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에게 회사생활이 눈물을 보이며 하소연을 했답니다. 평소 상냥하고 싹싹해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계가 좋은 동료이고, 저는 필요한 말만 하는 편이라 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에요. 연차는 같지만 제가 나이가 한 살 더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그 동료를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상사가 좀 너그럽게 봐주고 친하게 지내보라고 하네요. 상사가 농담처럼 웃으면서 얘기하긴 했지만 가만히 있다가 나만 인간성 나쁜 사람이 된 거 같아 억울해요. "


자신의 성과를 실제보다 과대 포장하고, 조금 일하고 다른 동료의 노력에 슬쩍 묻어가려 하거나, 험담을 해서 가십을 퍼뜨리거나… 친구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바로 지적하고 다툴 수도 있고 여차하면 연락을 끊을 수도 있지만, 직장동료는 섣불리 시시비비를 따질 수도 아예 안 볼 수도 없다. 이런 여우 같은 동료와 어떻게 지내야 할까?


1. 상대가 얼마나 얄미운가를 굳이 내가 나서서 증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통 얄미운 행동은 두드러진 잘못이나 비윤리적인 행동은 아니다. 분명하게 공정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립할 수 있는데, ‘여우 같다’고 느껴지는 행동은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나서서 말하자니 내가 쪼잔한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억울하고…. 그런데 나서서 증명하려고 할수록 그 상황에 나는 깊숙이 개입하게 되고 상황을 중요한 것으로 만들게 되기 쉽다. 상황에 뒤늦게 개입해서 하는 얘기들은 변명이나 험담이 되고, 더욱 억울해진다.


2.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말자

회사는 일하려고 만난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업무를 위한 소통에 지장이 없는 수준 정도로 지내면 된다. 일하는 방식이나 개인적인 선호나 성향이 잘 맞고 통해서 업무 이외의 부분도 공유하고 정서적 교류를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사적인 관계였다면 저 사람과 친구는 안 했을 거 같은’ 사람이라면,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이다. 직장 동료라고 해서 나와 잘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친하게 지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3. 예의를 갖춘다

나서서 억울함을 얘기도 못하면, 대부분 많이 하는 대응은 쌀쌀맞게 대하는 것이다. 인사하면 안 받거나 마주치는 것을 피하거나, 협조 요청을 일부러 천천히 해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나름 소심한 방식으로 복수를 시도한다. 이런 방법은 어쨌거나 상대에게 화를 전달하는 것이고 그 사람과 감정적 교류는 이어가는 셈이다. 그 동료와 짜증 나는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가능하면 예의를 갖추어 무심하게 대하는 것이 좋다. 마음속에 쌓인 짜증과 화는 회사 밖의 다른 친구에게 풀고, 동료로서 예의를 갖춘다.


4. 나는 내 길을 간다

잠시 얄미운 동료에게 흔들렸더라도, 평소 내가 일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있다. 내가 가진 방식 안에서 장점을 살려가면서 꾸준히 긍정적 평판을 쌓아간다. 예를 들어,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 사람은 보통 차분하고 일관적으로 보이고 업무에 대해서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의 방식과 잘 맞고 통하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얄밉게 구는 동료를 만나서 잠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그가 나의 경력을 흔들 만큼 중요한 사람일 리는 없다.



만일 곁에 출근길을 짜증 나게 하는 얄미운 동료가 있다면, 그가 왜 얄미운가를 나서서 증명하려고 하지도 않고, 잘 지내려고 하지도 않되, 예의를 갖추고 내 갈 길을 가는 것을 권한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심리적 거리두기의 한 방법이다. 사회생활에서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중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해도 상대방을 고쳐서 변화시킬 수 없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나의 평판을 지키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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