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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Feb 28. 2019

'나의 욕망'을 찾아야 한다

1장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네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 왜 의사가 되고 싶은가?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우리(의대생)들이 지금 생각할 질문은 그런 것들이다.
높은 성적이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영화 [패치 아담스] 중에서



     왜 그때 나에게 그 누구도 '왜 국제중에 가려고 하는지, 무엇을 위해 가려고 하는지' 물어봐주지 않았을까. 그렇게 의미 없이 열심히 하던 나에게 경고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분명하게 이야기해주려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사고, 서울대를 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거길 간다고 인생이 가치 있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속은 텅 빈 채 포장지만 거창해서 자기 자신은 더 허망하고 우울해질 뿐이다.


     물론 나도 몰랐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남들이 부러워하니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비행기를 놓치는 순간 허망함을 느끼고 좌절할 것이다. 분명히 나아가야 할 목적지가 있는 사람은 비행기를 놓치면 기차, 아니면 차, 아니면 걸어서라도 목적지를 향해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목표가 돼버린 사람은 놓치고 나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출처 한국일보


     그럼 비행기를 탔다면 어땠을까? 행복했을까? 비행기를 탔다는데 성공했다면 비행기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살 것이다. 그리고 그 부러움의 시선은 나에게 기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허망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어디든 도착을 했겠으나 막상 가보니 그 다음 뭘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더 멋지고 화려한 비행기를 타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믿게 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국제중에 합격했다면? 난 이후에 서울대 합격률이 제일 높던 한일고에도 합격해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다른 일들도 많이 해봤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때만큼은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다. 내가 국제중에 합격했다면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박수쳤을거다. 그리고 난 기뻐했을 거다. 하지만 그래서 뭐. 그들은 그 순간 박수치고 다시 그들에게 더 중요한 자기 인생을 각자 살아간다. 타인의 인정이란 한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토대로 가짜 행복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남들의 부러움으로부터 얻어지는 나의 우월감과 기쁨은 '허구'다. 성공한 것 같은 착각인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와 가치도 주지 않는다. 똑같이 내 시선도 타인의 인생에 아무런 가치를 주지 않는다. 타인의 욕망, 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이뤘을 때 잠깐 나는 그들의 부러움을 살뿐이고, 그 찰나를 바탕으로 우리는 그 속에서 마약과 같은 즐거움과 희열을 느낄 뿐이다. 그리고 타인의 욕망을 이루지 못했을 때 우린 같은 방식으로 근거 없는 열등감과 패배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 속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좇아 이룬 성공은 성공이 아니고, 실패도 실패가 아니다. 허울뿐인 인생의 파편인 것이다.


     나 자신의 욕망을 찾아야 한다. 난 어떤 인생을 원하는가. 그리고 유명한 고등학교를 가고 싶다는 꿈, 서울대를 가고 싶다는 꿈,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난 왜 그것들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것들이 꿈이긴 한지,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대 의대가 가고 싶다면 난 왜 의사가 되고 싶은지 물어야 한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니 가고 싶은 건지 아님 내가 정말 원하는 건지. 왜 서울대 의대여야 하는 건지. 다른 의대는 절대 안 되는 건지. 의사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서울대 의대가 가고 싶은 건 아닌지. 의사가 된다는 것,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1장타인의욕망을욕망하는우리 #열아홉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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