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청년 Sep 26. 2019

공정한 입시제도란 무엇일까?

방법은 부동산세를 높이는 수 밖에

정유라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하고, 출석도 과제도 하지 않고 학점을 받으면서도 당당했다. "돈도 실력이야." 김성태 의원의 딸은 서류접수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지원을 하고도 KT 임원이 친히 성적을 조작해주어 KT에 입사했다.


그리고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며 문재인은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했다.


조국 딸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 서울대, 고대, 부산대의 촛불 집회와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 이 모든 것을 한 달 넘게 지켜보며 내 머릿속을 떠나지 못한 질문이 있었다. 공정한 입시제도란 어떤 입시제도인가?


오랫동안 답을 찾아 헤매다가 고등학생 때 읽고 덮어 둔 [정의란 무엇인가]을 다시 열어보았다. 그곳엔 답이 있지 않을까? 한 때 대한민국을 휘어잡은 이 책에서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 그리고 여기에선 좋은 대학교)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이것들을 각각 자격있는 사람에게 배분한다(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pg. 33)"고 말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소중한 것들을 각각 자격있는 사람에게 배분한다


오! 맘에 드는 답이다. 그러면 공정한 입시제도에 대한 물음 역시 쉽게 말해, '우리 모두가 가고 싶은 서울대에 다닐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두고 한 번 생각해보자.



서울대를 갈 자격? 1차적으로 서울대가 정한다


서울대를 갈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1차적으로 서울대가 정한다.

"세계사적 소명을 실천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이자 서울대가 제시한 자격요건이다.


이 맥락에서 본다면, 공정한 입시제도는 "세계사적 소명을 실천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를 구현할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서울대가 청탁, 압력, 비리로 자신이 제시한 인재상을 벗어난, 즉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을 합격시키는 경우다. 그래서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드는 방법은 부정입학, 청탁 등에 대한 교육부의 감시를 철저히 하고, 혹여나 추후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를 대비해 지원자(또는 합격자만이라도)들의 제출 서류를 10년 이상 길게 보관하도록 하는 것이다(이번 조국 딸 관련 사건도 서류 보관기간인 5년이 지나 확인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만 하면 '1차적으로'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중들의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대 합격 요건을 갖춰가는 과정에 있어서도 정당한 노력과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한' 노력과 실력


'돈도 실력인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오늘날 청년세대에겐 제아무리 노력을 했다 하더라도 부모 빨로 얻은 경력은 정당한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공정하지 않다, 지와인, 박원익, 조윤호 저, 2장 '돈도 실력인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참고). 조국 딸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어떤 논문의 제1 저자가 되고, 그 논문이 대한병리학회에 실린 것에 그 어떤 불법도 없고, 조국 딸이 실제로 논문에 아무리 큰 기여를 했다 하더라도 청년들은 분노한다. 애초에 조국 딸이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그가 정보력 좋은 대학 교수 부부의 딸이고, 서울에 좋은 특목고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계층이동이 닫힌 2019년 대한민국에서 청년세대에게 이건 세습자본주의이고, 정당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입시제도를 바꿔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불가능하다. 학종을 없애고, 수능을 확대하면 이 문제가 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자들은 수능을 더 반긴다. 간단히 돈으로 일타 강사 붙여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입시제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부동산세를 높이는 것이고,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고, 건물주들이 가만히 앉아 부동산으로 얻는 자본소득이 평범한 사람들이 노동력을 팔아 버는 노동소득을 한참 초과해버린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치는 것이다.  우리 사회 자체를 좀 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최종적으로 공정한 입시제도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우리가 학생으로서도 정치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힘들 땐 주저 말고 도움을 청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