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따>
거장이 정신병원에 갇히는 시대입니다. 거장을 사랑한 마르가리따는 불타고 남은 원고지와 장미를 보며 매일 그를 그리워 합니다. 어느날 붉은 머리 남자가 다가옵니다. 이 악마의 수행원 아자젤로는 마르가리따가 악마의 대무도회에 참석해준다면 거장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가겠어요. 어디든 가겠어요."
그날 밤, 단풍나무 가지 사이로 보름달이 걸리고 보리수와 아카시아 나무들이 마당에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마르가리따는 악마가 준 연고를 온몸에 발랐죠. 몸이 허공에 떠오를 정도로 가벼워지더니 빗자루가 그녀를 태우고 밤하늘을 날았습니다.
"영원히 안녕! 나는 날아가요!"
마르가리따는 큰 소리로 외쳤어요. 그녀는 불야성을 이룬 아르바뜨 거리를 날아, 거장을 고발한 비평가 라뚠스끼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망치로 거실의 그래드 피아노를 깨부순 뒤 욕실의 물을 틀어 비평가의 원고지와 양복을 다 젖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샹들리에를 깨고 창문으로 날아오르죠.
마르가리따는 높이, 더 높이 올라갑니다. 모든 지붕의 무더기들이 순식간에 아래로 사라지고 전깃불들의 호수가 나타나더니 발아래 달이 빛납니다. 멀리 멀리, 그녀는 이 위선과 타락의 도시를 떠납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따>의 한 장면입니다. 스탈린 시대를 산 작가 미하일 불가꼬프는 소비에트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평생 탄압받았습니다. <거장과 마르가리따>는 시력을 잃고 병석에 누운 작가가 아내에게 구술하여 완성한 소설입니다. 불가꼬프도 마르가리따처럼 날아오르고 싶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