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가성비 좋은 카페라고 했다. 주머니 속을 뒤져 모을 수 있는 한줌 가격과 자동판매기에 붙어있는 진갈색 커피원두 사진을 떠올렸다. 카페는 주택가 쓰레기 투기금지 팻말이 붙어있는 모퉁이에 숨어있었다. 칠이 거의 벗겨진 나무 간판 밑에 출입문은 보호색을 입고 눈에 띄지 않았다. 대표메뉴가 아메리카노라는 카페에는 김치찌개 냄새가 자욱했다.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뉴스는 히말라야 등정에 나선 팀이 조난당한 것 같다고 했다. 치직거리는 카페의 스피커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가느다란 끈처럼 이어질 때 나이 많은 카페 주인은 본래 하얀 색이었을 머그컵을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 흘러내린 커피 한 줄기가 머그컵 옆구리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읽을 수 없는 알파벳 흔적이 남은 머그컵 정상에는 김이 올라오는 커피가 초조하게 찰랑대고 있었다. 카페 창밖으로 슬픈 표정으로 무거운 배낭을 고쳐 메는 여학생이 지나갔다. 학생의 하얀색 어깨에서 튕겨 나온 햇살 한 자락이 내 정수리에 날아와 앉았다. 여학생의 눈 끝이 휘황하게 빛나는 순간을 보았다. 흉터투성이 나무 테이블은 햇빛을 가득 담고 휘청거렸다. 커피 한 모금이 메마른 머그컵에 줄을 긋고 컵 바닥으로 숨어들었다. 입가에 김치 자국이 남은 카페 주인은 히말라야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창밖 여학생이 지나간 자리에 늙수그레한 여인이 슬리퍼를 끌고 두리번거렸다. 적막이 죄책감처럼 흐르던 일요일 오후 3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