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 위에서 배우는 마음의 속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사무실 공기가 미묘하게 눅눅해진다.
커피 향과 서류 냄새가 뒤섞인 공간.
컴퓨터 모니터엔 업무창이 떠 있지만,
눈은 이미 그곳을 벗어나 있다.
“산책 갈래요?”
동료의 한마디에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책상 위에 놓인 머그컵을 무심히 바라본다.
커피는 식어 있고,
시간은 흘렀다.
회사 앞 도로를 따라 걷는다.
바람은 따뜻했고, 햇살은 묘하게 부드러웠다.
멀리서 들리는 차 소음도,
도로 위 신호등의 깜빡임도
이상하게 평온하게 느껴진다.
‘고양누리길 13코스, 신선유교.’
매일 지나던 다리.
그 위를 걷는 오늘은 조금 다르다.
하루의 무게가 다리 위 공기처럼
서서히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다리 한가운데 멈춰 서서 아래를 본다.
강물은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흐른다.
그 위로 구름이 떠다닌다.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깨닫는다.
나는 늘 ‘빠르게’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앞서가야 하고, 놓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왔던 날들.
하지만 강물도, 구름도
그들만의 속도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한 발짝 옆으로 물러서니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그 바람이 참 좋다.
별일 아닌 이 평범한 순간이
묘하게 나를 위로한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바뀌어도,
구름이 모양을 바꿔도,
세상은 여전히 흘러간다.
나만 멈춰 있는 듯 느껴졌던 시간도
사실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그 한 문장이 마음속에 잠시 머문다.
돌아오는 길,
다리 아래로 새들이 날아오른다.
그들의 날갯짓이 물결을 흔들고,
그 흔들림이 다시 나를 움직인다.
가방 속 진동이 울린다.
“회의 2시.”
짧은 알림에 다시 현실이 스며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평온하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을 채웠던 일들,
서류, 숫자, 대화,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은 잠시 멀리 느껴진다.
일상의 소음이 멎고,
내 안에서 고요가 피어난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처음보다 훨씬 가볍다.
햇살이 창문에 반사되어 눈부시다.
커피 향이 다시 코끝을 스친다.
누군가 웃으며 묻는다.
“산책 어땠어요?”
나는 잠시 웃고, 짧게 대답한다.
“좋았어요.
조금 덜 무거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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