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마주한 균형

— 일과 쉼 사이의 경계에서

퇴근 전, 마지막 회의가 끝나고 사무실을 나섰다.

노을이 비치는 창가에서 잠시 멈춰 선다.



노트북을 닫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루가 끝난 건 아니었다.

몸은 퇴근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업무의 무게를 지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다리 위를 걷는다.

회사 근처의 짧은 인도교,

그곳은 나에게 하루의 숨통 같은 공간이다.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하늘은 천천히 어둑해진다.

한쪽은 회사 불빛이 반짝이고,

다른 쪽은 퇴근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이어진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선다.



바람이 옷자락을 스치고,

그 바람 속에서 나의 하루가 흩어진다.

“오늘은 잘 버텼다.”

속으로 그 말을 한 번 더 되뇌인다.



다리 위의 풍경은 늘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선 자리의 마음은 매번 다르다.



어떤 날은 초조하고,

어떤 날은 그냥 피곤하고,

가끔은 그냥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서 있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들이

이 다리 위에서는 묘하게 평형을 이룬다.



회사와 집,

의무와 쉼,

현실과 마음.

그 사이의 균형이란 게 이렇게 미묘하다는 걸

이 다리를 걸을 때마다 깨닫는다.



“버티는 것과 살아가는 것 사이엔, 아주 얇은 선이 있다.”

그 선 위에서 우리는 매일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는다.



바람이 불고,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다리 난간에 손을 올려두니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전해진다.

그 차가움이 묘하게 안정감을 준다.



잠시 휴대폰을 꺼내 하늘을 찍었다.

어두워지기 직전의,

그 푸르고 담담한 색이 좋았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그 순간 —

그게 오늘의 나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불빛이 흐른다.

어딘가에서 저녁을 먹는 사람들,

집으로 뛰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나.


모두 다른 속도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그 균형점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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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은 완벽한 대칭이 아니라, 흔들려도 중심을 잃지 않는 마음이다.

— Hyun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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