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칠한 객관보다 민낯의 편견이 낫다]
김상조가 (감히) 大 네이버 총수 앞에서 잡스 입에 담았다고들 난리다.
재미난건 소란스러운 이들이 누구냐다.
이해관계가 대치되는 규제 대상자도 아니고, 정치적 반대세력도 아닌, IT쪽 관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 격했다.
대체로 반응이 '과하다', '건방지다' 인데, 김상조가 이해진 앞에서 잡스 입에 담은게 뭐가 잘못됐는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지적하기보다는, 심기가 불편하다거나 공격적인 감성의 뉘앙스가 대부분이다. 대개 이렇다.
- 어디서 감히 잡스를 입에 올리나, 당신 같은 공무원이 뭐 알아?
- 당신이 한국 IT의 대부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앞에서, 잡스를 입에 올리는 지식이나 자격이 되나?
- 시민단체나 공무원이나 해봤지 기업 운영해봤어? 누구 월급 줘봤어?
하도 반응들이 격해서 기사를 읽어봤다. 읽은 후에는 그 반응들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기자가 발췌한 자극적 제목에 낚인 것인가의 고민은 있었을까 싶은 내 의구심은 둘째치고, 기사의 주제나 김상조가 했다는 말 자체가 별 내용이 없다. 평이하다. 김상조가 무슨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이해진 앞에서 잡스를 예로 들며,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할 법한 너무도 뻔한 지침을 추상적으로 뱉은게 전부다. 반면 비난의 포인트는 '너무 뻔한 말을 한다'는 문학적(?) 질타가 아니라, 누구 앞에서 어딜 감히 그런 말을.. 의 정서적 질타로 꽂힌다.
어떤 사람이 이해진 앞에서 잡스 입에 담는게 왜 건방진지 누가 설명 좀 부탁한다.
그 어떤 사람이 김상조나 공정위원장이면 비난받아야 한다는 이유가 있다면 그 또한 설명 좀 부탁한다.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문재인 앞에서 링컨 입에 담을 수 있다.
신학도가 아니어도 목사 앞에서 예수님 입에 담을 수 있고, 불경을 몰라도 스님 앞에서 부처님 삶을 논할 수 있다.
그게 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혹시 테제 설정은 특별한 분야의 사람들만 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권위적 태도는 아닌가?
IT전문가라면, 그 기사에서 들춰야 할게 '어딜 감히'가 아니라 다른 부분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김상조가 잡스 비유 들어가며 말하려던 이슈,
“지금까지 이 전 의장은 잡스처럼 우리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 무엇인지를 논했다면 차라리 이해가 가겠다.
혹은 "이해진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해외에선 부정적 이미지가 커질 것이라는 네이버 주장”을 평가해주든가.
나는 기사 중에 제일 눈길가는 내용이 저 부분이었다.
도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이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해외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진다'는 네이버 논리, 업계 사람으로서 수긍이 가시나?
나는 수긍은 둘째치고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김상조든 건설노동자든, 이해진 앞에서 잡스 얘기할 수 있다. 누구에게 월급 줘본 적 없어도, 이해진 앞에서 잡스 얘기할 수 있다.
그 비유를 들면서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을 더 적극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는 말을, 김상조는 할 수 있다.
[인터뷰] 김상조 “이해진에 잡스 얘기 해주고 싶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12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