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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Oct 09. 2017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3요소와 6가지 공식

미디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 #2

미디어커머스의 정의는 1회에서 다뤘다. 이 글에서 말하는 '콘텐츠'란, 그 미디어커머스의 콘텐츠다.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의미가 아니다. 콘텐츠의 형태로는 동영상, 카드뉴스, 웹툰 등으로 다양하고, 접점 역시 모바일에 국한하진 않겠지만, 여기서는 모바일과 동영상을 중심으로 다룬다. 시장의 크기와 성장속도, 트렌드를 반영해서다.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3대 요소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신약성서 고린도전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일반인들도 알 만큼 유명하다. 그만큼 기독교와 성경이 세상에 전하려는 콘텐츠(말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라고 하겠다.


미디어커머스의 콘텐츠도 핵심가치를 이루는 3요소가 있다.

Fun, New, Tip 이다.   

미디어커머스 콘텐츠 3대 요소 - 재미, 발견, 도움

Fun은 재미의 가치다.

말 그대로 재밌는게 중요하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열어보는 기대도, 보고 나서 상품에 갖는 호감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동인도 재미에 초점을 맞춰 기획한 가치다.  


New는 발견의 가치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쇼핑의 발견을 제공한다. 이는 다시 세 가지로 구성된다. 1)새로운 상품의 발견, 2)새로운 가치의 발견, 3)새로운 기회의 발견.

이를 소비자 리액션으로 예로 들면 1)은 "어머, 이런 상품이 다 있어?", 2)는 "어머, 이 상품이 이런거였어?", 3)은 "어머, 이건 지금 사야 해!"다.   


Tip은 도움의 가치다.

식재료 파는 레시피 영상이나 화장품 파는 makeup how-to 영상이 오래된 전형이다.


연재 2회인 이번 글에서는 3요소 중에서 '재미'를 다룬다.


그중에 제일은 재미라


사도 바울은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 유독 사랑을 강조했다. 셋이 고만고만한데 사랑이 제일 낫다고나 할까요 정도가 아니었다. 심지어 천사의 말을 해도 사랑이 없으면 소음이고, 모든 지식을 꿰뚫는 예언과 산을 옮길만한 믿음도 의미없다 일갈했다. 3대 요소라지만 그중 사랑 하나가 나머지를 압도한다.  

미디어커머스의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재미, 발견, 도움 그중에 제일은 재미다. 제아무리 새로운 쇼핑의 발견으로 눈을 트이고, 생활의 꿀팁으로 도움을 준다한들, 재미가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다.

재미의 가치는 재미니까 재밌어야 한다. 발견의 가치는 발견의 과정과 결과가 재밌어야 가치를 느낀다. 아무리 유익한 꿀팁도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가치를 전할 수 없다. 재미가 제일이다.


재미 - 모바일이어서 더 잔인한


재미의 가치는 모바일에서 더 도드라진다.


TV와 비교해도 그렇다.

TV 앞에서 소비자는 소파에 심드렁하게 누워 조금만 재미 없으면 가차없이 채널을 돌린다. 콘텐츠 입장에서는 무서운 단두대처럼 자비없는 매체다. 그러나 그런 TV조차 소비자는 처음 보는 콘텐츠 앞에서 이를 계속 볼지말지 판단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허용한다. 리모콘이 손에 있지만, 그래도 TV는 lean-back model 이며 couch media 이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소파에 기대앉아 몸을 뒤로 젖히고 비교적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모바일로 콘텐츠를 대하는 만큼 빠르게 혹독하고 잔인(?)하지는 않다.  


그에 비해 모바일은 소비자의 심판이 더 순간적이고, 냉혹하고, 날카롭다.

스마트폰은 본래 전화기였다. 전화기의 목적은 소통이다. 여기에 컴퓨팅 구조를 갖추며 콘텐츠 소비 기기로 확장하고, 신체 접촉을 수반한 개인 미디어가 되었다. lean-forward model 이며 always carry media 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은 미디어 중에서 가장 즉시적이고 노골적이며 빠른 판단이 투영된다. 심하게 다이나믹하다.

모바일에서 우리는 손가락 올려놓고 여차하면 날릴 기세로 영상을 이어본다.

모바일에서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재미인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재미가 없으면 그 어떤 가치도 전하기 어렵다.


재미는 이유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Peter Druker)의 말이다. 경험상 나는 이를 콘텐츠의 재미를 만들기 위한 기본 자세라 믿는다. 커머스에서 상품정보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면 필요한 기본 자세다. 업자(業者) 입장에서 해야할 말과 하고픈 말을 슬슬 끼워넣다보면 콘텐츠(Content)는 점점 정보(Information)나 지침서(Manual), 혹은 카탈로그나 브로슈어로 흐른다. 소비자들은 그걸 또 귀신같이 안다. 상인으로서 구겨넣은 욕심만큼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져나간다.

여러 파트너사들과 협업하면서 나는 종종 이 부분에서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보곤 한다. 유관 부서와 상사의 요구가 시나브로 쌓이며 해당 회사 실무자나 콘텐츠 제작자는 이미 실패를 예감하기도 한다.


재미는 포기에서 출발한다.

이말저말 다하면 재미없다. 손가락 화면에 대고 날릴 준비하고 보는 마당에 구구절절 기승전결은 가치를 증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업자의 욕심을 정리해 하나의 야마(やま)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는게 좋다(야마 やま - 방송/언론계 은어. '핵심 메시지' 혹은 '클라이맥스' 정도의 의미). 그리고 그 야마는 소비자가 느끼는 재미로 치환해야 한다. 내 자외선 차단 수분 크림의 기능과 성분 하나하나가 모두 자랑스럽더라도 이를 전부 콘텐츠에 무리하게 쑤셔넣으면 재미없는 아사리판이 된다. 이쯤되면 아무리 광고를 태워도 효율이 나지 않는다.


재미는 과감함에서 완성된다.

미디어커머스와 브랜드 마케팅의 콘텐츠는 각각 그 목적과 방향이 달라야 한다(이 주제는 별도로 다룰 예정). 이 둘을 구분하지 않거나, 입체적이지 못한 브랜드 전략이 미디어커머스를 가로막으면, 콘텐츠에서 재미를 마련할 여지가 그만큼 좁다. 여기에 타협, 조심성,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과도하게 섞이면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재미는 이유다.

재미가 없으면 굳이 그런 업자 말을 참고 들을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이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View), 반응하고(Engage), 의도대로 움직이고(Conversion), 굳이 나서서 전파하는(Share)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한때 풍미(風靡)하던 공식 6가지   


아래 6가지 공식 아닌 공식은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운영할 때 적용하는 실전법 혹은 Tactics다. 페이스북에서 광고주들에게 들려준 노하우에 내 생각과 경험을 섞었다.

(페이스북에 동영상 광고를 일정 물량 이상으로 자주 집행하거나 특별한 제휴 관계라면, 담당자로부터 실무 팁을 얻기도 한다. 그들의 팁은 유용하다. 때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사례도 참고해 데이터와 패턴을 찾도록 돕기도 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 광고주를 위해 마련한 컨퍼런스에서도 국내외 여러 노하우와 광고주 성공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일하며 배운 점과 내 경험을 조합, 학문적 근거 따위 1도 없는 위험한 공식


이 6개 공식은 시사적이고 한정적이라는 전제로, 아직까지는, 내가 미디어커머스 현업에 적용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나는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자체 제작할 때 이 6가지를 최대한 고려하고, 제휴 파트너사와 공동작업할 때도 이를 제안하고 협의한다.   


1. STRONG START 


모바일에서 콘텐츠 특히 영상을 대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빠르고 냉정한지는 위에서 말했다. 모바일에서 미디어커머스 영상은 타 미디어 채널에서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어야 한다. 서론 본론 결론 같은 논리적 순차 구조나, 기승전결 같은 통시적 서사 구조를 용납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결론일 필요는 없지만 처음부터 '야마'여야 한다.  


나도 제휴하며 경험했지만, 그래서인지 유명 인플루언서나 유튜버들도 페이스북 중심의 미디어커머스 동영상으로는 성공사례가 드물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짱입니다~ 오랜만이죠? 오늘은..."하는 순간 소비자 손가락이 가차없이 밀어올리기 십상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를 기반으로, 자신을 잘 알고 좋아해서 fan이 된 이들에게 친근하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치와 거리가 멀다. 모바일에서 미디어커머스 영상을 대하는 이들은 '너는 누군데'까지도 안 간다. 다짜고짜 '재밌어?'를 첫 3초 안에 가늠한다.


이렇듯 콘텐츠 열자마자 요구되는 가치가 '재미'다.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 소비자는 본능으로 판단한다. 제작자는 소비자가 영상 자동재생 설정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 썸네일 이미지조차 hook을 담아내야 한다. 그토록 처절히 시작부터 강해야 한다.


현실에서 만나는 이 공식이 STRONG START 다. 이제는 너무 자주 봐서 지겨운, 일단 선남선녀가 뽀뽀부터 하고 시작하거나, 콧등에서 피지부터 쭉쭉 뽑고보는 페이스북 광고 영상도 그런 맥락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이젠 식상하지만 한때 핫했다. 1천만이 넘는 조회수 기록 | 출처 - 핑크 인스타그램


2. HEARTBEAT


STRONG START 만큼 중요한게 리듬이다. 시작이 야마라 해도 약발은 최장 3초다(이 3초는 감이나 예시가 아니라, 페이스북 광고를 집행하며 얻은 팁과 데이터에 근거한다). STRONG START로 강하게 hooking 했어도 그걸로 끝까지 버틸 순 없다. 소비자는 손가락 튕기기를 잠시 숨고르듯 멈췄을 뿐이다. 그래서 마음놓고 내용을 차근차근 풀어갈 수 없다. 계속 강-중-약-강-중-약의 리듬으로 이어야 한다. 이 자극의 파동이 몇초 간격으로 반복하는 패턴이어야 한다. 사람의 맥박과 비슷하다 해서 HEARTBEAT 다.

영상 :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재미가 퍼펙트한 사례. 노골적으로 제품 정보를 푸시하지만 리듬을 완벽히 통제하며 재미를 한순간도 잃지 않는다 | 출처 - 블랙몬스터


3. SHORT


상황이 이러니 천하의 봉준호 김태호도 길게 만들기 어려울 판이다. 영상의 길이가 짧아야 하고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얼마나 짧아야 할까. 답은 없다. 도달(Reach, View), 관여(Engagement), 인입(Click, Conversion) 성과가 좋은 결과들을 놓고 데이터로 유추할 뿐이다. 다만 그런 귀납적 결과의 숫자 더미에서 블랙스완이나 변곡점을 트는 사례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프를 벗어나는 히트작은 추후에 증명된다.


페이스북 광고 담당 매니저들이 들려주는 팁은 그들의 사견이라는 전제를 달고 간간이 있었다. 다만 페이스북의 공식 가이드로서 제안하지는 않는다. 중립적인 매체 플랫폼으로서 광고주의 성과에 책임질만한 리스크를 공식화하기엔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전제로 얻은 팁을 귀동냥으로 듣기로 영상의 길이는 1분 미만이 좋았다. 그러나 직접 실전에서 겪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국내 기준으로 히트 친 미디어커머스 영상에는 1분 넘는 것도 많다. 실은 이 6가지 공식이 다 그렇다. 벗어나는 성공사례들이 드물지 않다. 위에 '한때 풍미했던, 한정적인'이라는 단서를 달아둔 이유다. 


(이 글을 쓴 건 2017년이었는데, 몇 년이 지난 2020년 4분기에 다시 보니 많은 게 바뀌었길래 덧글을 붙여놓는다. 현 시점 기준으로는 영상의 길이에 있어서 그야말로 패턴이나 공식이 따로 없는 세상이 되었다. 15~30초로 승부하는 숏클립의 틱톡, 10분 내외의 유튜브의 커머스 큐레이션 영상, 1시간 이상의 라이브 커머스 등이 길이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완성도로 승부하고 있다.) 



4. RAW or GOOD ACTING


TV에서 만나는 콘텐츠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잣대에서 모바일보다 완성도에 관대하다. 기기 특성 외에도 모바일에 비해 오래 참는 시청 행태의 차이도 있다. 같은 15초 광고도 TV와 모바일에서 느끼는 지루함은 차이가 크다.


콘텐츠 완성도에서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로 따지면 모바일보다 TV가 유리하다. TV는 큰 화면, 현란한 영상, 화려한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로 자연스럽지 않은 연기나 내러티브를 커버할 여력이 좀 된다. 오락예능, 가수들의 쇼, 드라마도 그렇다. 특히 드라마는 비교적 긴 시간을 두고 판단하는 소비자 수용성을 바탕으로 캐릭터, 줄거리, 다양한 인물과 시퀀스로 치장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면을 멘다. 그래서 우리는 모바일과 달리 TV로는 어색한 발연기나 유치한 막장 드라마를 3초 이상 참아준다.


모바일은 다르다. 사용후기 인터뷰 타입 영상을 페이스북에서 종종 봤다면 공감할 것이다. 인터뷰어로 섭외한 연기자가 어설프면 1분은 긴 시간이다. 일반인은 더 어렵다. 카메라가 낯설어, 연기력 부족한 배우보다 더 어색하다. 보는 이의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래서 아싸리 극화(劇化)나 연기자의 완성도를 높이든지, 일반인이면 각본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재미를 뽑아야 한다. 물론 후자가 더 어렵다. 거의 날것(RAW)의 느낌이 나면서 야마도 있어야 한다. 연출로만 해결할 수 없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영상 :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선두주자 블랭크TV의 퓨어썸 샤워기. 사실 위 1~6의 기준을 다 만족시키는 베스트 사례다. RAW 하기로는 최고다 | 출처 - 블랭크TV
영상 : CJ오쇼핑의 DADA STUDIO. 능청스런 연기로는 최고다. ACT WELL의 좋은 사례 | 출처 - 1분 홈쇼핑


5. PICTURE RATIO


영상의 비율과 방향이다. 비율은 정사각형이나 세로로 길게(버티컬), 방향은 정방향으로 만들자는 공식이다. 모바일로 영상을 볼 때 굳이 방향을 돌리지 않아도 잘 보이게끔 하기 위해서다.


기존에 TV나 PC에서는 비율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4:3이든 16:9든 대체로 세로보다 가로가 더 넓은 비율이 대다수였다. 모니터의 비율에 따른 오래고 당연한 관습이다.


반면 모바일은 기기의 물리적 형태나 사용 행태가 대체로 세로 중심이다. 그래서 와이드 영상을 제대로 보려면 화면을 이리저리 귀찮게 돌려야 한다(이 공식은 대개 사람들이 스마트폰 영상 재생시 화면전환 기능을 고정해놓고 사용한다는 전제다).  

모바일을 세로로 보면 영상의 와이드 비율이 클수록 위아래 Dead space가 크다 | 출처 - 베스킨라빈스

모바일은 내 몸이 닿는 미디어다. 손으로 만지며 얼굴을 들이밀어 몰입한다. 화면을 꽉 채워야 유리하다. 여기서 화면전환 기능을 고정하면 와이드 영상도 세로로 본다. 그러면 와이드 비율이 클수록 위아래 공간이 많이 죽는다. 화면 7할이 검고 의미없이 텅 빈다. 소셜미디어 피드에서도 불리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정방향을 권한다. 그래서 공식이 됐다.   

정사각형 모습의 정방향도 좋지만 세로로 긴 버티컬 비율 영상은 몰입감이 더 깊다 | 출처 - SUNTORY WHISKY
영상 : 클릭하면 버티컬 비율의 높은 몰입감을 체험한다. 꽉찬 화면이 훅 다가오는 느낌이 묘하다.


6. ETC, EYE-CATCHING...


그 외 몇 가지 더 있으나 거론할만한 것으로는 자막을 활용해 '시선 잡아두기(EYE-CATCHING)' 정도가 있다. 이 6번 공식은 두 가지로 다시 나뉜다.

 

첫째는, 내용의 문자화다. 소리 없이도 영상을 100% 이해하도록 모든 내용을 자막으로 뿌려놔야 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는 모바일에서 sound-off 가 디폴트라는 전제다.


둘째는, 머릿속에 쑤셔넣기다. 빠른 편집과 현란한 그림으로 내용을 소비자 머릿속에 거부감 없이 쑤셔넣는 방식이다. 다이나믹하게 zoom-in/zoom-out 되는 텍스트들이 소비자에게 말 그대로 들이댄다.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는게 우선이라기보다 영상에 시선을 반강제로 묶어두는게 중요하다.

페이스북 광고주 대상 컨퍼런스에서는 <킹스맨-골든써클> 영상 몇편을 사례로 들었지만, 나는 이 접근법의 베스트로서 다른 영상을 꼽는다. 작년에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애플의 Don't blink 영상이다. 자막에서 눈을 못떼고 영상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비록 미디어커머스가 아니라 브랜드 행사 영상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 꼽았다.

Apple - Don't blink | source - Apple


공식을 벗어나는 최근의 변화


위의 6가지 항목을 열며 나는 굳이 '한때 풍미했던, 한정적'이라며 토를 달았다. 잠시 유행하는 포맷이나 스킬일지 몰라서다. 실제로 최근에는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었지만 6가지 공식에 거의 맞지 않는 사례들도 속속 등장한다. 


페이스북의 빅데이터가 거대한 귀납의 결과이긴 해도 이는 과거다. 미디어커머스의 소비자는 빠르고 변덕스럽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경쟁만큼 모방도 격렬하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의 6가지 공식에 충실한 콘텐츠를 '믿고 거르는 광고'라며 시큰둥해하기 시작했다. 피드에서 마주친 콘텐츠의 포맷을 간파해 영상을 열어보지도 않고 제끼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6가지 공식과 포맷을 한꺼번에 거두긴 어렵다. 대체가 쉽지 않아서다.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는 브랜드 마케팅이나 캠페인보다 생산 주기가 짧다. 콘텐츠를 빠르게 다량으로 만들면서 채산성도 맞춰야 한다. 하다못해 동일한 상품으로 페이스북 광고를 돌려도 소재가 다양해야 ROAS가 나온다(ROAS - Return on ads spending, 광고비 투여 대비 거래액 전환 효율).

  

그러나 그건 업자 입장이고. 소비자는 냉정하다. 재미없고 식상하다는데 장사 없다. 괴롭지만 업자는 스스로 만든 공식을 깨고 새로운 시도와 투자를 해야한다. 위 6가지 공식을 참고하고 적용하지만 마냥 지키고 얽매일 수도 없다.


궁극의 재미는 스토리


그래서 등장한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또다른 지향점은 '스토리'다.


결국은 스토리다. 생각해보면 콘텐츠에서 재미의 궁극은 늘 스토리였다. 미디어커머스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시간과 리소스가 많이 들어도 경쟁우위와 차별화를 위해 스토리로 파고든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포맷으로 범주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스토리를 추구하는 지향점 자체가 식상함을 부르진 않는다. 개별 스토리가 재미있냐 없냐가 관건일 뿐이다. 콘텐츠의 재미에서 스토리는 메타이며 본질이다.  

'이야기'는 사람이 사고력을 갖추면서부터 콘텐츠 재미의 본질이지 않았을까.


몰입과 반전을 갖춘 스토리


스토리가 다 그렇다지만, 모바일에서 펼치는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스토리는 특히 더 '몰입과 반전'이 중요하다(이유는 위에서 말한 모바일의 미디어 특성과 소비자 행태에서 찾는다). 그래야 콘텐츠의 오가닉 도달이 높고 소비자 반응도 왕성하다. 흔히 말하는 바이럴 효과도 몰입과 반전이 얼마나 강하냐에 따른다.

반면 스토리를 내세우는 콘텐츠는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몰입과 반전은 아무리 압축해도 기승전결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STRONG START 의 공식을 마냥 따르기도 어렵다. 모바일 미디어 환경이 몰입과 반전을 데우는 우직함을 밀어부치기에 힘겹다.

티몬의 미디어커머스 콘텐츠 <신선한 사랑>. 몰입과 반전이 뛰어난 스토리로 700만 이상 조회수 기록. 티몬 페이스북에서만 공감 8만2천, 댓글 9만개를 얻었다 | 출처 - 티몬

이런 난항을 극복하고 히트치는 콘텐츠는 소셜미디어의 소비자 반응에서 실마리를 푼다. 미디어커머스에서 콘텐츠 유통과 확산은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다. 그래서 소비자 스스로 재미와 가치를 느껴야 반응한다. 즉 오가닉 도달이 높아야 한다.


시작부터 강하고 자극적이지 않아도, 길이가 길어도, 몰입과 반응이 뛰어난 스토리라면 오가닉한 소비자 댓글 반응부터 터진다. 사람들은 재밌으면 혼자 즐기지 않는다. 댓글로 만개한다. "ㅋㅋㅋㅋㅋㅋㅋ 대박 꼭 보셈" 뭐 이런 식이다. 킬링파트가 어디라며 불특정 다수에게 인내심을 갖도록 서로 독려하고, 같이 보고 싶은 친구들을 태그로 소환하며, 자신의 타임라인에 공유한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STRONG START, HEARTBEAT, SHORT, PICTURE RATIO 같은 공식을 단번에 부수고, 몰입과 반전을 스토리가 우려낼 때까지 기다린다.  

티몬과 발뮤다가 콜라보한 미디어커머스 영상. 다소 긴 영상을 보게 하는건 댓글의 영향이 크다 | 출처 - 티몬 페이스북


소비자 눈높이, 현실적 어려움, 진화의 방향


위 6가지 공식은 채산성과 효율성을 최적화한 포맷이었지만, 소비자의 눈높이가 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는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도 포맷 중심에서 벗어나 스토리로 눈을 돌리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업자로서 현실적 어려움이다. 리소스와 기간의 허들이 크다. 스토리를 챙기며 채산성을 도모하기는 큰 도전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고 양산화하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콘텐츠에서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은 적어도 지속가능한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영상 : 티몬의 <신선한 사랑>과 블랭크TV의 <퓨어썸 샤워기> 사이가 스토리 중심과 채산성의 교차점 아닐까.  이 영상처럼 | 출처 - 다다 스튜디오

연재 2회가 길었다. 3대 요소 중에서 재미가 제일 중요해서 그랬다. 다음 회는 <발견>과 <도움>을 다룰 예정이다. 이후 위 본문에서 잠깐 언급한 주제 <미디어커머스와 브랜드 마케팅의 콘텐츠의 차이>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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