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 #3
연재 1회는 미디어커머스의 정의, 2회는 콘텐츠의 3요소와 6가지 공식을 소개했다. 다만 내용이 길어 3요소 중에서 첫번째인 <재미>만 다뤘다. 이번 3회에서 나머지 두 가지 요소 <발견>과 <도움>을 말한다. 1, 2회를 먼저 읽어야 의미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할 글이다.
앞편에서 잇는 글이니 복기해본다.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3요소를 Fun(재미), New(발견), Tip(도움)이라 꼽았다. '재미'는 보았으니 '발견'부터 시작하자.
New는 소비자에게 쇼핑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주는 가치다. 이를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하면 이렇다.
1) 새로운 상품의 발견
2) 새로운 가치의 발견
3) 새로운 기회의 발견
이를 소비자 리액션으로 변환하면 이렇다.
1) 어머, 이런 상품이 다 있어?
2) 어머, 이 상품이 이런거였어?
3) 어머, 이건 지금 사야 해!
1)은 소비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상품을 소개하는 발견이다.
이는 '재미'나 '도움'보다 콘텐츠로 만들기가 비교적 쉽다. 상품만 잘 찾아서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
1)은 상품 그 자체를 보여주기만 해도 가치가 전달된다면, 2)는 사람들이 모르는 그 상품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다.
나는 이에 적합한 사례로서 전문 콘텐츠 제작사의 세련된 영상들보다, 아래 영상 <창살없는 방범창 - 스마트락>을 최고로 꼽는다. 사람들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가치를 이처럼 처절하고 선명하게 각인시킨 사례도 드물다. 정말 좋은 가치를 지닌 훌륭한 제품인데 소비자가 몰라줘 공장 부장님이 절박한 심정으로 만들었다.
아래는 티몬의 미디어커머스 플랫폼 티비온(TV ON)과 인플루언서 유민주/이진환이 제작한 <리빙스타 롤클리너> 영상이다. 역시 평범한 상품설명으로는 설득이 어려워 상품 고유의 가치를 특별하게 전하려는 시도다.
3)은 그 상품의 존재나 가치보다는, 언제 사야 가장 좋은지 타이밍(기회)을 일깨워주는 발견이다.
그런데 사실 이 말 자체는 비현실적이다. 언제 사야 가장 좋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면 가장 좋을 법한 기회를 만들고 이를 발견하도록 자극하는 행위라는게 정확하다. "이 상품은 바로 지금 사야 가장 좋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더 좋은 구매는 없다, 지금 머뭇거리면 곧 사라진다."라며 눈앞에 들이댄다. 강제 발견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낯익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그런 거시기가 아니에요'는 유통에서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구매자극 수법이다. '발견'이라기보다 '압박'에 가깝다. 홈쇼핑 생방송처럼 실시간이 주는 '시간의 제한'이나, 선착순/판매기간/한정수량/구매자격 같은 '조건의 제한'으로 소비자를 압박한다. 지금이 기회다 놓치면 호구다가 핵심 메시지다.
실제로 아래 영상을 보다보면 긴장감을 넘어 위기감까지 밀려온다. 화면 여기저기서 줄어드는 숫자, 깜빡이는 점멸표시를 보며 소비자는 초조하고 갈등한다. 쇼호스트 목소리는 나긋나긋하지만 내용은 야멸차다. 이 와중에 갑자기 있지도 않은 전화기 벨소리는 어디서 이렇게 크게 들리나. 그러다 느닷없이 그녀들의 친절한 목소리와 화면이 바뀌고 북한군마냥 격앙된 선동 멘트와 시뻘건 화면이 번쩍인다. 재난방송 못지않다. 넋놓고 보던 이는 급기야 짧은 외마디 비명을 뱉는다. "어머, 이건 지금.. 지금 사야 해!"
'새로운 기회의 발견'은 이렇듯 TV홈쇼핑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커머스에서도 볼 수 있다. 배경은 소비자와 미디어 환경 변화다.
시스코는 전세계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이 2021년까지 8.7배 증가하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 전세계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이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78%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라이브 동영상의 증가 폭도 대단하다. 전세계 모바일 라이브 동영상은 2021년까지 39배 증가해 전체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의 5%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국의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은 2016년 대비 2021년에 5.8배 증가하고 2021년 한국의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78%를 차지할 전망이다.
- 기사 출처 : BLOTER, <2021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지금의 7배> , 2017/3/31
- 자료 출처 : CISCO, <Cisco Visual Networking Index: Global Mobile Data Traffic Forecast Update, 2016–2021 White Paper>, 2017/3/28
무대가 TV에서 모바일로, 분야가 홈쇼핑에서 모바일커머스로 확장되니 경쟁자 스펙트럼도 넓고 다양해졌다. 모바일커머스 강자들이 이 영역을 신사업으로 넘나든다. 그들은 기존 홈쇼핑과 달리 그들만의 코드로 여러 시도를 벌인다. 새로운 영역이라 정답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참고하니 업계 관전이 흥미롭다.
미디어커머스에서 '도움'의 전형은 레시피와 메이크업 영상이다. 그 외에도 집안정리, 인테리어, 패션코디, 여행명소 등 뭔가 유용한 콘텐츠를 뜻한다.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실용적인 노하우를 전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구매로 유도하려는게 Tip을 활용한 미디어커머스 접근법이다.
Tip(도움)의 가치는 쉬운 개념이므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들여다볼 것은 오히려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조건이다. Tip 지향 콘텐츠가 활발히 유통되려면 플랫폼 입장에서 선순환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위 선순환 조건 3가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호의 역순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3. Archive
Tip의 미덕은 유용하다는 점이다. 유용한 정보를 찾는 니즈는 관심사를 따른다. 그래서 카테고리별로 모아놓아으면 시너지가 크다. 카테고리는 관심사와 분류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액세서리나 인테리어 소품 DIY에 관심이 높다면 해당 부류의 콘텐츠에 반응이 높을테다. 이를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우연히 만나도 반갑지만, 어딘가 Archive 로 모여있다면 소비자는 스스로 찾아올 것이다. 그 아카이브는 유용한 Tip이 쌓일수록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그러면 구매목적 없이도 찾아와 이리저리 둘러보다(Browsing), 재방문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Retention & Conversion).
2. Quantity
아카이브의 미덕은 양(量)이다. 쌓인 양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플랫폼이 클수록 많은 양을 욕심낸다. 즉, 생산량이 많아야 한다. 양과 비용은 비례한다. 직원들이 만들든 외주를 쓰든 채산성이 문제다. 그래서 플랫폼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도록 판을 깔기도 하는데(UCC, User Created Contents), 이때는 소비자 참여뿐만 아니라 콘텐츠 완성도가 들쭉날쭉이어서 문제다.
1. Format
포맷의 중요성은 그 지점이다. Tip은 많은 양의 콘텐츠가 쌓인 아카이브일수록 유리한데, 내부 직원이든 외주든 일반 사용자든 콘텐츠 제작에 드는 노력이 낮아야 생산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유용한 정보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완성도는 균질해야 한다. 그러려면 포맷을 일정하게 잡아주어, 머릿속에 있는 노하우를 보기 좋은 콘텐츠로 손쉽게 뽑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위의 선순환 조건 3가지를 다시 번호 순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1. Format - 포맷을 잘 세팅해서,
2. Quantity - 콘텐츠 제작이 쉽고 빨라 생산량이 늘면,
3. Archive - 그것들이 쌓여 아카이브를 구성해 카테고리로 분류하면 에헤라디야.
그러면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찾아와 관심사별로(카테고리별로) 흩어져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Browsing > Discovery > Retention & Conversion 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로써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3요소를 다 살펴보았다. 그러나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재미가 제일이다.
그런즉 재미(Fun), 발견(New), 도움(Tip), 이 세 가지는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요소일진대 그중에 제일은 재미라.
갑자기 뭔소리냐 싶으면 앞서 쓴 연재 2회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3요소와 6가지 공식>을 꼭 봐주십사 부탁드린다. 이 글은 거기서 잇는다. 2회 건너뛰고 보면 맥락도 의미도 없다.
앞편에서 3대 요소라 던져놓고는 나머지 2가지를 마저 쓰지 못해 안달이었다. 누가 뭐라지도 않고 관심도 없을터인데 괜스레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일주일 내내 옴질거렸다. 덕분에 일주일만에 3회가 나왔다. 다음 편도 똥을 모으면 더 빨리 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