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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an 07. 2018

P&G 와 TMON 의 사례로 본 미디어커머스

미디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 #4

세 가지 상념으로 시작하는 글


1.

모바일과 이커머스는 유통의 패러다임만 흔들지 않았다. 마케팅과 세일즈의 경계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전화기에서 출발한 스마트폰이 콘텐츠 소비 도구로 발전하고 상품매장 역할까지 하니 그럴만도 하다.


2.

상품 유통은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의 기술발전을 거치며 발전했다. 그 사이 오픈마켓이라는 개인간 거래(C2C) 모델도 생겼다.


같은 과정에서 콘텐츠 유통은   변화를 맞았다. IT 진화에 더해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진화로 모든게 흔들렸다. 페이스북과 소셜플러그인의 개념은 블로그나 싸이월드 같은 일방향적이고 평면적인 1 미디어 시장을  그대로 사회적인 미디어(Social Media) 평정했다. 콘텐츠의 유통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는 말이 수사를 넘어 현실이 됐다.


(상품이나 콘텐츠 유통에서 흔히 봐왔던 '기술의 발전-C2C 유통의 등장' 패턴이 금융 분야에서 나타난게 '블록체인-가상화폐'로 보인다. 그래서 마크 주커버그가 관심을 갖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3.

나는 지난 글에서 미디어커머스를 ‘콘텐츠로 큐레이션하는 이커머스 유통방식'이라 정의했다. 내맘대로의 이 정의에 따르면 콘텐츠와 커머스가 각자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흐르다 만난게 미디어커머스다. 모바일커머스와 소셜미디어 위에서 마케팅과 세일즈 사이에 태어난 변종, 그것이 미디어커머스를 보는 내 시선이자 경험이고 해석이다.  

facebook의 Social-plugin 은 신의 한수였다. 마치 네트에 스미스 요원을 복사하는 것 같지 않나?


예전엔 그랬다.


오랫동안 마케팅과 세일즈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가끔 서로 마주칠 망정 뒤엉키진 않았다. 마케팅은 마케팅의 일이 따로 있었고, 그 일을 하는 이들이 따로 있었고, 그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영업도 그랬다. 영업의 일과, 사람과, 공간이 따로 있었다.  


예전엔 그랬다.


마케팅은 마케팅 부서와 마케터가 도맡았다. 예를 들어,


어느 브랜드의 마케팅 부서가 제일기획이나 TBWA 같은 대형 광고기획사와 협업한다. 크리에이티브는 이른바 '덕션' 혹은 '부띠끄'라 부르는 콘텐츠 제작 전문 에이전시로 다시 협업의 망을 넓힌다. 굳이 갑을병정..이라 적지 않으려는 몸부림. 그리고 미디어렙사와 코바코를 거쳐 TV, 신문, 잡지 등을 지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고객에게 닿는다. 이후 온라인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갈래가 하나 늘었다. 에코마케팅 같은 온라인 광고 전문 에이전시와 협업하는 마케팅 작업들이다.


유통은 영업부서와 세일즈 담당자가 도맡았다. 예를 들어,


마트나 백화점의 MD와 입점계약을 맺고, 매장 코드를 따고, 매대를 고객 눈에 잘 띄도록 꾸미고, 시즌 이벤트나 할인 프로모션을 MD와 협의한다. 이커머스가 커지면서 담당이 배정되고, 오프라인보다 더 치열하고 촘촘한 주기로 기획전과 프로모션을 준비한다.


그 둘은 그렇게 각자의 일을 해왔다. 간혹 충돌도, 협업도 하지만 뒤섞이는 일은 드물었다. 해당 부서의 예산이 섞이지 않았고, 담당자 사이에서 자신의 일이 헷갈리지도 않았다. 가령 P&G나 뉴발란스의 브랜드 마케팅에서 티몬의 슈퍼마트 MD나 슈즈 MD를 만나 이해관계를 조율할 일이 별로 없었다.

광고는 앉아서 TV로 보고...
구매는 나가서 매장에서 사고...

 

지금은 이렇다.


지금도 마케팅과 세일즈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다. 다만 각자가 시대의 변화를 좇을수록 서로 마주치고 뒤엉킨다. 마케팅과 영업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같은 접점에서 물리는 일이 점점 잦아져서다. 그 일과, 그 일을 하는 사람과, 그 일이 벌어지는 공간이 겹치기 시작했다. 모바일커머스와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숙성 단계로 접어들며, 영역이 뒤섞이고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가 고민하는 디지털마케팅과 소셜미디어 뒤에는 모바일커머스가 맞닿아 있다. 한편으론 상품이나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이젠 Information 이 아니라 Content 여야 한다. 그렇게 소셜미디어에서는 콘텐츠와 상품이 하나의 유통 흐름을 타고 떠다닌다.

이것이 Information 이라면,
이것은 Content 다.

미디어커머스, 마케팅과 세일즈 사이


어느 날 P&G의 마케팅과 이커머스 담당 부서가 티몬(TMON)을 찾았다. 시대와 트렌드를 고민하던 그들의 결론은 대형 광고기획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콘텐츠에 강한 모바일커머스 유통업자였다. 티몬도 마케팅이나 MD가 아닌 제 3의 부서(사업기획실)가 나섰다. 영업도 광고도 아닌 미디어커머스로 접근하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마케팅과 세일즈를 구분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과 생각도 잊기로 했다.


양사는 작업의 프로세스도 다시 잡는다. 미디어커머스는 기존의 광고 마케팅도, 유통 세일즈도 아니다. 그래서 서로 클라이언트-에이전시 관계도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진행 방식이 필요했다.

P&G는 브랜드와 상품을 정하면, 유통 방식만 협의한다.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은 티몬이 리드한다. 광고주-대행사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컨펌과 수정의 반복을 없앴다. 그래서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를 놓치는 오류도 없었다.

사장님 보고는 핵노잼을 낳는다.


P&G는 매장 안으로, TMON은 매장 밖으로


P&G는 그렇게 마케팅을 들고 매장(티몬)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상품을 노출시키는 미디어로서 이커머스 매장이 가치가 높다고 이해했다. 오프라인 소매 유통과 이커머스의 큰 차이는 상품구색(SKU)과 집객의 규모다. 온라인은 상품 진열과 고객 방문의 물리적 한계가 없다. 그렇게 볼 때 티몬은 하루에도 수백만명과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이다. 임프레션을 꼭 네이버에서만 챙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동시에 티몬 역시 매장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통업자라고 해서 꼭 상품만 유통할 필요도 없겠다. 매장을 벗어나 콘텐츠를 유통하며 접객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티몬은 자신의 매장과 고객을 넘어 소셜미디어에서 잠재고객을 찾아나섰다. 티몬 입점 브랜드를 알리고 상품을 팔기 위해, 상품이 아닌 콘텐츠를 들고 직접 나섰다.  


그러다보니 콘텐츠 제작할 때 공급자 입장에서 우겨넣는 메시지를 지양했다. 티몬은 콘텐츠 제작에 브랜드의 개입을 배제하겠다 제안하고, P&G도 동의했다. 고객이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유통할만큼 재미에 집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티몬은 콘텐츠의 기획, 제작, 소셜미디어 유통과 광고 집행의 전 과정을 내부에서 직접 소화했다. 의지가 아니라 상황이 그랬다. 달리 맡길만한 외주사도 안 보였다. 미디어커머스 자체가 생소하니 그걸 업으로 하는 전문회사가 거의 없었다.


콘텐츠+채널+상품+매장의 콤비네이션  


작업은 콘텐츠+채널+상품+매장의 4가지 조합으로 진행했다. 오가닉 도달이 높게 나오도록 질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콘텐츠), 반응이 활발한 팬을 두텁게 보유한 티몬 페이스북에 게시하고(+채널), P&G 상품과 함께 유통했다. 티몬 앱에서는 티비온(TVON)이라는 미디어커머스 전용 매장을 배정했다.

상품 링크와 함께 유통한 콘텐츠. 티몬 페이스북으로 유통
티몬 앱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 매장 <티비온>


결과는 성공이었다. 매출은 물론 콘텐츠의 조회수와 고객의 참여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여러 소셜미디어 페이지와 커뮤니티를 통해 700만 이상의 조회수와 22만 이상의 참여(좋아요/공유/댓글)를 얻고 매출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곁가지로 얻은 브랜드 마케팅 효과가 사실 제일 컸다. P&G로서는 브랜딩과 매출을 모두 잡은 셈이다.  

[동영상 클릭] P&G 상품의 티몬 웹드라마 <향긋한 사랑>. 티몬은 상품 링크와 영상을 함께 유통하며 매장 밖으로 고객을 찾아나섰다.
[동영상 클릭] 티몬 모바일 앱에 <티비온>이라는 미디어커머스 전용 매장에는 다양한 포맷의 커머스 콘텐츠가 있다.


티몬과 피앤지의 남은 숙제


티몬은 2년 전부터 미디어커머스를 준비했다. 덕분에 위의 P&G 사례에서는 비교적 시행착오가 적었다. 그래도 숙제는 남았다.

미디어커머스는 플랫폼과 콘텐츠라는 두 측면이 공존한다. 문제는 콘텐츠다. 그 특성상 일정 부분 노동집약적이라,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수요가 넘친다 한들 무한정 소화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위당 부가가치를 마냥 높이기도 만만찮다.

우아한 콘텐츠 큐레이션이라면 29CM의 PT를 따를 자가 없다. 퀄리티 만큼 작업의 무게감도 크다.

티몬은 이 한계를 피해가려고 '모바일 라이브'를 시도하고 있다. 미디어커머스를 플랫폼-콘텐츠가 아닌 시간의 축으로 접근하는 포맷이다. 사전 제작 콘텐츠의 생산 부담은 줄이고, 고객을 자극하는 숙제는 생방송으로 해결한다. 방송인만큼 채산성은 편성으로 해소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 확장이다. 텔레비전 시대에 정부의 허가 사업으로 보호받으며 성장해 온 시장이 TV홈쇼핑이다. 이를 모바일 시대에 무한경쟁 시장으로 가져오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티몬은 이미 18회에 걸쳐 모바일 라이브를 진행했고, 방송 매출 1억을 넘기도 했다('1시간에 1억원 파는 티몬 모바일커머스 티비온', 2017/12/14, 아주경제).      

[동영상 클릭] 티비온 모바일 라이브

P&G 도 숙제가 남았다. 미디어커머스는 좋은데, 확장이 어렵다. 아직은 티몬 외에는 다른 파트너가 안 보인다. 미디어커머스의 강자는 대부분 블랭크TV, 에이프릴스킨, 미팩토리처럼 자사 브랜드들을 보유한 제조사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며,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한 채널까지 자체 소유한 업체들이다. 남의 브랜드로 미디어커머스를 진행해주는 대형 유통 업체가 티몬 외에는 아직 없다.


찾는다한들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 운영 전 과정에서 피앤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맡기기도 어렵다. 그런 신뢰를 쌓기엔 시간과 시행착오를 지불해야 하고, 이를 생략하자니 큰 모험이다. 그정도 리스크를 각기 다른 회사와 매번 감당하기엔 실무자의 숙제가 너무 크다. 여러 대기업이 제일기획 같은 대형 에이전시에 자사의 디지털 마케팅을 통째로(turn key) 맡기는 배경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마케팅 에이전시는 말 그대로 마케팅까지다. 기존 공식으로 풀어내기가 까다롭다. 미디어커머스는 일반 광고 마케팅과 유통 세일즈 사이에 있으니, 콘텐츠와 채널이 둘다 필요하다. 위에서 예를 든 블랭크TV 등등이 미디어커머스에서 강자인 이유다.

 

강력한 콘텐츠와 유통 채널을 동시에 갖지 못한 브랜드들은 차선으로 피키캐스트나 딩고를 찾기도 한다. 다만 피키나 딩고는 콘텐츠와 채널력 모두 훌륭해도 그것이 유통 플랫폼의 채널은 아니다. 결국 마케팅은 해결해도 유통과 매출은 브랜드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아직은 미디어커머스의 니즈가 티몬에 집중되고, 티몬의 숙제와 피앤지의 숙제가 맞물린다. (실제로 제일기획은 돌고돌아 티몬을 찾았다. 제일기획과 브랜드들은 미디어커머스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고민의 실체는 그것이었다. 티몬은 제일기획과 브랜드의 그 숙제를 어떻게든 풀어가려고 고민 중이다)


<미디어커머스>의 열쇠는 미디어보다 커머스에 있다.


미디어커머스는 미디어 사업자보다 커머스 사업자가 유리하다. 그 근거가 바로 이 글의 서두다. 예로 든 블랭크TV는 그 이유를 가장 선명히 보여준다("소프트뱅크벤처스, '블랭크티비' 100억 투자", 2017/7/25, <더벨>).


유통은 모바일커머스로 만개했고, 소셜미디어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스스로 유통하는 토양이 됐다. 스마트 모바일에서는 이 두 특징이 버무려졌고, 그것이 미디어커머스의 발화점이며, 내 해석의 시작이었다.


시장은 변하고 속도도 빠르다. 제일기획이나 오뚜기가 블랭크TV처럼 콘텐츠도 잘 만들고, 팬도 수백만 거느린 페이지도 직접 운영하며, 자사몰로 유입과 매출을 늘리는 미디어커머스의 강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 쓴 내 경험과 사례가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굳이 2018년 1월에 썼다고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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