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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l 11. 2018

대기업의 추억

갈팡질팡 직장생활

나는 평범하고 지긋하신 임원들이 꺼려할만큼 여러 회사를 다녔다.

우습지만 그럼에도 대기업을 주로 다녔는데, 회사도 나도 서로 힘들어했다.

제일 힘든 점이 세 가지였는데, 그중 하나가 '열정에 기름붓기'의 이 책 광고 스토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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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녔던 대기업들은 구성원들에게 매사에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반복해 요구했다.

반면, 온통 변수 투성이인 신규사업을 맡은 나 같은 입장에서는 계획과 구라의 선이 모호했다.

사실 요구하는 사람조차도 자신의 요구가 의미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느낌을 나도 느꼈다.

슬프고 묵시적인 공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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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의미한 리더의 요구와 그에 응하는 실무진의 답들은 화려하고 장황한 문서로 오갔다.

'장표' 완성도가 ‘내용’의 무의미함을 희석해주리라는 신앙 같은 믿음들이 있었다.

그 거대한 무의미함들을 가려야 하니, 장표들은 작성도 해독도 어려웠다.

마치 암호화-복호화 과정의 반복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장표 만드는 사람들도, 읽는 사람들도 힘들고 오랜 시간을 들였다.

그러면서 다들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배움도 짧고 지능도 낮은 나는 그 암호화-복호화 사이에서 혼돈의 카오스에 힘들었다.

회사는 그렇게 힘들어하는 날 보고 힘들어 했다.

슬프고 묵시적인 공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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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회사는 내게 계획도 문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회사 전체가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적어도 나와 내가 추진하는 사업은 목적과 목표만 공감하고 나머지 실행 계획은 진행하면서 빠르고 잦게 논의한다.

내가 힘들까봐 배려해주는건지, 나 때문에 회사가 힘들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다만 뭔가 이 인간은 그런 요구해봐야 답이 없다는건 눈치챈 듯하다.


이하 출처 - '열정에 기름붓기' https://www.facebook.com/passionoil/posts/1725036854198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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