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설]
정치나 대중사회가 아니라 각각의 개인사에서, '그는 좋은 사람인가' 를 판단할 때 다수결이 의미가 있을까.
그는 내게 ‘교활한 인간’으로 남았는데, 다른 이들은 왜 그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왜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그 사람과 그런 나쁜 경험이 없을까?
이유는, 이것은 접촉자수의 많고 적음과 직접적 연관이 없어서다.
그 사람이 교활하냐 안 하냐의 판단여부는, 그 사람과 접촉한 사람의 수와 꼭 일치하진 않는다.
그를 접한 사람의 숫자가 많고, 그 중 대부분이 그 사람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판단한다고 해서, 그 ‘많은 인원수의 판단’이 적절함을 담보하진 않는다.
겪은 사람들의 숫자보다는 아래 2개의 관계가 어땠느냐가 더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1) 이해관계
2) 권력관계
그와 나의 이해관계나 권력관계에서 내가 유리하면, 당연히 교활하거나 불온한 모습은 내게 보이지 않는다.
그가 바보가 아닌 이상.
(보통 교활한 사람이 바보일 확률은 낮다)
만약 그와 나의 이해관계 혹은 권력관계에서 내가 우위였나?
그렇다면 ‘나’는 그를 평범하거나 심지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이해관계가 없거나,
나보다 그가 유리한 권력관계였는데,
그런 열위의 내게 그가 교활하거나 불온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의 숫자와 평가가 많더라도,
그를 교활하다 판단하는 게 타당할 확률이 높다.
(여기서 전제는 ‘나’가 제정신일 때이다)
'선입견'의 유용성은 여기서 나온다.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가 그를 두고 도리질친다면 우선 선입견을 가져도 좋다.
내게는 이해관계나 권력관계가 불리한 위치라 드러내지 않는 발톱을, 다른 이에겐 드러냈을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