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커머스 제(멋)대로 헤집어보기 #6
라이브커머스는 유통에서 어떤 의미이고,
이커머스 사업에 어떻게 활용할까?
미디어커머스를 사업화하며 했던 생각이다. 오늘은 이 이야기다.
나는 그간 여러 자리와 브런치의 글에서 미디어커머스를 이렇게 정의해왔다.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에게 큐레이션하는 이커머스 유통방식"
- <미디어커머스의 정의와 큐레이션>
- https://brunch.co.kr/@hyunsoo-kim/8
그에 따라 미디어커머스의 '콘텐츠'는 일반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미/발견/도움을 콘텐츠 구성의 3요소로 규정했다. (학문적 근거 따위는 1도 없으니 주의 바람)
재미/발견/도움이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내용을 구성하는 3요소라면, 비디오/라이브는 형태로 나눈 구분이다.
미디어커머스에서 콘텐츠의 큐레이션을 말하면, 보통 VOD 영상만 떠올리는 경우가 흔하다. 혹자는 미디어커머스와 '비디오 커머스'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상품 파는 동영상이 꼭 VOD일 필요는 없다. 어쩌면 라이브가 더 익숙하다. 다들 20년 넘게 TV홈쇼핑을 봐왔으니.
오랜 역사의 오프라인 유통이 이커머스로 넘어오는 마당에, 짧은 역사의 홈쇼핑이 TV에만 머문다면 되레 어색하다. 생방송이라는 판매방식만 보자면, 그것이 TV에서 모바일로 넘어와 미디어커머스가 된다 해도 이상하진 않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인자(因子)로 4C를 얘기하곤 했다. Community, Communication, Content, Commerce. (이 바닥에서 구른 연식만 노출하는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얘기다.)
미디어커머스 콘텐츠의 <비디오>는 이 관점에서 보면 Content X Commerce 로 조합한 큐레이션이다. <라이브>는 인자 하나가 더 있다. Content X Commerce X Communication 의 조합이다. 실시간 + 소통의 형태로 상품을 판다.
따져보면 위의 [영상1]과 같은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는, 어쩌면 모바일 커머스에 꼭 들어맞는 판매방식이자 큐레이션이다. 모바일 커머스는 전화기(스마트폰)에 인터넷이 붙으며 출발했다. 유통 매장이 곧 실시간 소통의 기계인 셈이다. 이 전화기가 고성능 미디어 기기가 되면서 영상 출력이 텔레비전에 가까와졌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실시간 영상을 보고, 상품을 팔고 사는 행위는 모바일 커머스에 가장 잘맞는 큐레이션이다. 매장과 판매의 궁합이 이보다 좋기도 어렵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네이버도 모바일 라이브가 있다. 그들과 달리 모바일 커머스에서, 미디어커머스로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는 무엇이 다르고 중요할까?
티몬에서 <티비온 TVON> 사업을 통해 경험한 세 가지는 이렇다.
1. 방송보다 상품이다.
미디어커머스(Media Commerce)는 이름처럼 태생부터 혼혈이다. 마케팅과 세일즈, 유통과 브랜딩, 미디어와 커머스 사이에서 교차점을 갖는다. 그러나 결국은 유통이다. 미디어와 커머스의 특성이 갖는 무게감이 다르다. 커머스 가중치가 훨씬 무겁다. 우선순위는 상품이고, 핵심가치는 MD다.
지난 1년 동안 <티비온 라이브>는 300회가 넘는 방송을 진행했다. 그중에서 모자란 상품력을 우수한 출연진이 메운 적은 없었다. 시청자수나 댓글수가 많아도 그것이 매출을 담보하진 않았다. 셀렙이 나와서 매출이 좋았다면, 그건 상품도 좋아서였다. 출연진이 좋으면 팔리던게 더 잘팔리긴 한다. 하나 팔릴게 두개 세개 팔린다. 다만 그 역(逆)은 성립하지 않는다.
2. 미디어보다 커머스다.
위 1.을 잇는 맥락이다.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역시 미디어커머스의 Context 다. 플랫폼으로서 미디어보다 커머스가 유리하다. 이는 고객의 반응과 플랫폼의 특성이 뒤섞인 시장의 형질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다.
<티비온 라이브>를 확장하며 경력직도 많이 채용했다. 그중에 피키캐스트 경력자도 여럿 있다. 그들은 피키캐스트보다 티몬이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적합하다 말한다. 피키캐스트가 못해서가 아니다. 두 플랫폼을 향한 고객의 기대와 시장의 반응이 본질적으로 달라서다.
피키캐스트는 콘텐츠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이다.
고객은 플랫폼에 재미난 킬링타임 콘텐츠를 기대하며 왔다. 거기서 아무리 재미있게 상품을 팔아도, 고객의 기대가 첫단추부터 다르다. '왜 상품을 그렇게 파느냐'가 불만이 아니다. '왜 상품을 파느냐'가 불만이다. 불만의 본질이 어렵다. 콘텐츠로서 재밌으면 그들에게 당연하다. 재밌어도 본전이다.
"요즘 피키캐스트 실망이예요 광고성 판매가 많아져.."
- 피키캐스트 페이스북의 <지름유발쇼> 영상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서
출처 : https://www.facebook.com/allnewpiki/videos/1370306969723077/
반면 티몬은 상품 중심의 유통 플랫폼이다.
고객은 처음부터 뭔가 사려고 왔다. 상품 안 팔고 딴소리만 하면 욕먹는다. '왜 상품을 파느냐'가 아니라 '왜 상품을 팔지 않느냐'가 불만이다. 팔아야 할 입장에선 불만의 본질이 상대적으로 쉽다. 콘텐츠로서 재밌으면 그들에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다. 재밌으면 덤이다.
"헐 대박이다 완전 좋을거같애! 나이거 사줘 대박일듯!!@@"
- 티몬 페이스북의 <후기의 발견> 영상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서
출처 : https://www.facebook.com/tmonkr/videos/1761671133855427/
이런 반응은 <비디오>에 국한하지 않는다. <라이브>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커머스는 재미 역시 커머스가 매개여야 한다. 진행자가 상품은 팔지 않고 드립만 날리면 질문과 질타가 쏟아진다. 티몬은 그래서 댓글 관리자도 호스트 역할을 맡는다. 방송 진행자가 흐름에 따라 여러 이야기를 하는 동안, 댓글 관리자가 티비온 계정으로 고객의 구매결정을 돕는다.
(다만 깊게 살펴야 할 사항이 있다. 이는 라이브커머스가 기존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순히 기능이나 매대로서 작동할 때의 이야기다. 라이브커머스라는 기능이, 중국의 왕홍 커머스처럼 '인플루언서 커머스' 시장에서 주요한 수단으로 쓰일 경우, 이때의 라이브커머스는 본질이 인플루언서 커머스다. 외양이 라이브 방송의 형태를 보일 뿐이다. 이때의 라이브커머스는 상품의 가치만큼 관계의 가치도 중요하다. 인플루언서 커머스는 인플루언서가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맺은 관계를 기반으로 상거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커머스에 특화된 인플루언서라면 그 관계의 가치에서 핵심이 인성이나 흥미보다 커머스의 가치 제안일테니, 커머스의 가치는 인플루언서 커머스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
3. 인프라보다 조직문화다.
<모바일 라이브>는 당연히 모바일로 본다. 사람들은 대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본다. 육체가 닿아있는 미디어다. 나는 이것이 거실의 TV와 스마트폰의 가장 크고 본질적인 차이라 생각한다. 몸이 닿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니, 보는 쪽도 보여주는 쪽도 서로 능동적이고 적나라하다. 그러니 같은 생방송이라도 시쳇말로 '먹히는' 코드가 TV와 다르다.
이럴 땐 '날것(Raw)'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리냐가 핵심이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서는 펄펄 뛰는 활어 같은 느낌이 살아야 한다. 잘 다듬은 웰메이드(Well-made)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진짜(Real)인게 더 낫다. 이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의 크리에이티브 미덕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를 '생진맛'이라 부른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티비온 라이브를 기획하며 내가 '생진맛을 찾아라!'고 외칠 때마다 귀를 틀어막으며 머리를 흔들곤 했다.)
반면 20년 넘도록 정갈한 미덕을 추구해 온 전통의 TV홈쇼핑은 이런 '날것의 코드' 앞에서 멈칫한다. 물론 주요 고객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TV와 스마트폰의 차이, 그리고 기업의 구성원과 조직문화의 차이도 크다. 기업에서 조직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인프라다.
이미 오래 전부터 홈쇼핑사들도 TV를 넘어 PC와 모바일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는 미디어커머스에도 적극적이며 모바일 라이브 역시 강화하고 있다.
CJ 오쇼핑-CJ E&M 합병, “글로벌 미디어커머스 플랫폼으로”
출처 : https://www.bloter.net/archives/300477
홈쇼핑사들은 훌쩍 앞서있는 기존의 방송 인프라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제작에도 투입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TV홈쇼핑 생방송을 모바일에서도 그대로 동시 송출하거나 혹은 방송했던 영상을 VOD로 게시했다면, 이제는 모바일 전용 라이브 방송을 별도로 제작한다. CJ오쇼핑, GS홈쇼핑 같은 대기업은 물론 홈앤쇼핑 같은 중견기업 홈쇼핑사들도 팔을 걷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몰라도 지금은, TV홈쇼핑사들의 라이브 방송과 티몬의 그것은 코드(Creative Code)가 매우 다르다. 나는 이유를 조직문화의 차이로 본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최근에 갑자기 각 홈쇼핑사 임원 및 직책자들로부터 내게 동시에 연락이 왔다. 티몬의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운영 현황을 묻거나, 내부 견학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이미 그분들께도 전했지만 사실 들려줄 것도, 보여줄 것도 딱히 없다. 프로세스와 인프라는 이미 홈쇼핑사들이 월등하다. 장부상의 비용규모(CAPEX, OPEX)로만 따지면 티비온 인프라는 그들의 100분의 1 규모다. <티비온 라이브>가 모바일에서 더 적합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조직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Creative Code 때문이다.
아래 정형돈의 도니도니 돈까스 <티비온 라이브> 방송은 그러한 코드의 차이를 이해하기 좋은 예다.
과거 TV홈쇼핑에서 소위 대박이 터졌던 정형돈의 도니도니 돈까스가 올해 9월에 시즌 2로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런칭을 기존의 TV홈쇼핑이 아니라, 티몬의 <티비온 라이브>에서 방송했다.
첫 시즌의 도니도니 돈까스는 상품력이 히트의 요인이었지만, 홈쇼핑 방송에서 몇가지 우스운 방송 사고가 '짤방'으로 바이럴 되면서 주목도를 높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무한도전도, 거기에 출연하는 정형돈도 최고의 인기를 얻던 시기라 뒷심이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무한도전은 끝난지 오래고, 정형돈은 좋지 않은 이유로 방송을 오래 쉬다 복귀했다. 더군다나 도니도니 돈까스는 과거에 좋지 않은 구설수로 첫 시즌을 서둘러 마감했다. 정형돈과 유통업체로서는 억울한 일이었지만, 다시 나서는 정형돈이 판매 방송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기엔 적절하지도 않고,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형돈은 숙연하게 사과문을 발표하며 시작하겠다 고집했다. 방송에서 상품을 너무 자랑하거나 재미를 추구하지도 말자고 했다. 분위기 팡팡 띄우며 팔아야 하는 입장에선 난감했지만, 그의 입장도 공감했기에 동의하고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방송은 내 의도대로 흐르지 않았다. 온에어 10분만에 슬금슬금 산으로 가기 시작했고, 결국 방송은 '저세상 홈쇼핑'으로 떠났다.
"도니도니돈까스가 다시 판매를 시작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 그런데 이번 라이브 방송도 이 세상 방송이 아니었다"
- [ㅍㅍㅅㅅ]의 글 <돌아온 홈쇼핑의 레전드 도니도니돈까스 영광의 순간 BEST3> 중에서
출처 : https://ppss.kr/archives/175277
"시험쳐서 들어온다는게 마약시험인가ㅋㅋㅋ 진짜 저세상 텐션 방송이네ㅋㅋㅋㅋ"
-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베스트 오브 베스트' 에 오른 게시물 <정형돈 돈까스 판매하랬더니 예능에 코메디 찍고 있음> 의 댓글 중에서
출처 :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398296&page=1
"아 이게 뭐라고 끝까지 다 봤어... 아아 너무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겨서 주문각이야. 나 이거 티몬앱에서 생방송하길래 봤거든?ㅋㅋㅋㅋㅋ진짜 웃겨ㅋㅋㅋ"
- 티몬 페이스북 게시물 댓글 중에서
출처 : https://www.facebook.com/tmonkr/videos/725848004426398/
이는 사실 누구의 의도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PD와 Staff, 그들이 만든 조직문화의 크리에이티브 코드(Creative Code)가 방송을 멱살잡고 끌고갔다고 할까. 우리가 날것(Raw)의 콘텐츠를 만든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날것이었다.
방송은 생물이다. 그 경험이 많아서인지, 노련한 방송인 정형돈 역시 애초 본인의 제안과 달리 날것의 흐름에 자연스레 올라탔다.
이 글에서 예로 든 <티비온 라이브>의 영상들에서 보듯, 티몬의 미디어커머스는 쇼호스트나 연예인 같은 전문 방송인들보다 '일반 직원들'이 콘텐츠의 중심에 선다.
그들 스스로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출연하고, 바이럴한다. 모두가 모든 것을 한다. 특별히 본인이 크리에이터라고 자리매김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진화해간다. 본인들 스스로는 이렇든 저렇든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말 그대로 콘텐츠의 모든 과정을 즐기는 조직문화다.
조직 구성의 외형적 특징이 있다면, PD와 Staff과 Entertainer가 각각 존재하지만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방송에서는 PD로, 어느 방송에서는 카메라맨으로, 어느 방송에서는 송출로, 어느 방송에서는 댓글로, 어느 방송에서는 쇼호스트로 나온다. 모두가 모든 것을 하고, 모두가 모두다.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다.
이 글이 널리널리 퍼져 영업이나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댓글이나 쪽지로 가끔 문의가 오기에, 추가로 덧붙입니다.
저는 2019년 1월까지 티몬에서 일하고, 이후 티몬에서 퇴사하였습니다. 티몬 미디어커머스와 티비온이 계속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하는 서비스가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