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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an 26. 2023

개정판 <이커머스, 콘텐츠로 팔아라> 출간

[일상잡설]

<이커머스, 콘텐츠로 팔아라>를 출간했다. <미디어커머스 어떻게 할 것인가>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을 내며 제목과 디자인이 바뀌고, 일부 내용이 최근의 것들로 업데이트 됐다. 기존 초판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너무 학구적(?)이고 딱딱해보인다는 의견이 마침내 반영되었나 보다. 무신사의 숏폼 콘텐츠 사례는 하나의 목차로 새롭게 추가했다.

기존 책은 절판되었다. <이커머스, 콘텐츠로 팔아라>는 절판된 구 버전과 주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절판되기 전에 그 책을 이미 구매했던 독자들은 굳이 이번 개정판을 사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개정판에서 새로 추가한 내용인 무신사 숏폼 콘텐츠 사례는 아래 브런치로 게시한 바 있다.  


https://brunch.co.kr/@hyunsoo-kim/52

결국 이커머스 업계를 떠나며 남기는 유작 같은 책이

되어 버렸다.

별건 아니지만 내깐에 힘주어 쓴 게 서문인데, 개정판 내면서 이 역시 조금 손보았다. 개정판 출간한 김에 손본 서문이나 다시 올려보자.




<서문>


나는 국내 이커머스 최초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기획해 만들고 운영 해왔다. 시작은 2017년 9월 13일이었다. 티몬 재직 당시 ‘티비온TVON’이라 는 플랫폼을 론칭해 파일롯 방송부터 시작했다. 티몬에서도, 대한민국 이 커머스에서도 첫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였다. 판매 상품은 ‘베피스’ 기저귀 였다.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은 무형광 기저귀로, 가성비가 좋으나 인지도는 높지 않던 상품이었다. 매출은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뤄졌던 기존 의 베피스 일반 딜 구성에 비해 약 130배 상승했다.


이후 티몬 퇴사 전까지 약 700회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운영하며 다양한 경험을 얻었다. 라이브커머스 외에도 소셜미디어 콘텐츠와 퍼포먼스 광고, 웹드라마 등을 여러 구성으로 조합해 MD와 함께 입점 영업을 뛰거나 특별 프로모션을 유치하러 다녔다. 그렇게 가져온 딜을 통해 하루 거래액 16억 원을 달성했고 방송 중 거래액 4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무신사는 2022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누적 판매액 2135억 원을 돌파했는데, 그 기간 동안 총 11회의 특별 편성 라이브를 통해 누적 시청자 수 90만여 명, 총 판매액 35억 원의 결과를 거뒀다. 특히 참여 브랜드의 당일 매출 중 라이브 방송 판매액 비중이 평균 45%를 차지했다.


나는 무신사에서 콘텐츠를 총괄하며 라이브커머스 역시 론칭해 운영했다. 무신사에서는 타사와 달리 라이브커머스를 통해서도 패션에서 큰 매출을 경험하기도 했다. 스니커즈 방송 1시간 동안 5억 원이 넘는 판매를 일으키기도 하고, 명품 티셔츠로 방송 시작 5분 만에 1억 원 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짧은 소회들을, 책을 집필하느라 복기하게 됐다. 그러지 않았다면 공중에 흩어졌을 일들이다. 생계를 넘어 산업에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일이었을 텐데, 이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함께 만든 동료들끼리 나누는 추억에 그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팔자에 없던 책을 쓰게 됐다. 나와 함께 이커머스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국내 최초로 라이브커머스를 만들던 팀장과 팀원들은 티몬을 떠난 후에도 각기 흩어져 시장에 기여하고 있다. 그들은 CJ 올리브영과 배달의민족에서 라이브커머스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 현대홈쇼핑, CJ ENM 등 업계 곳곳에 퍼져일하고있다.


이 책은 나의 이러한 경험과 생각을 모은 ‘현장 기록’이다. 책에는 업무 현장에서 직접 겪은 개인의 경험과 관점을 정리해 담았다. 다루는 주제가 비즈니스인데 내용은 사적 경험과 해석이다. 참고할 책인지 감상할 책인지 명확치 않다.


나는 책에서 서문을 꼭 먼저 읽는다. 서문은 책의 핵심을 요약하거나 이 책을 누가 왜 읽어야 하는지 밝히는 게 미덕이다. 이 서문은 후자다.



이 책을 사서 돈이 아까울 이들을 위해 


집필을 준비하면서 여러 책의 댓글을 살폈다. 댓글이 갖는 나름의 오류와 가치를 감안하며 보았다. 업이 업이다 보니 내게 댓글은 의미가 남다르다. 살피다 보니 비슷하게 묶이는 불만들이 있었다. 이 책에게도 그와 겹치는 쓴말들이 나올까 염려해 미리 다룬다. 이 책에 돈과 시간을 써 아까워할 분들의 수고와 격노를 미리 덜고 싶다.


첫째, 이 책의 내용은 주장이 아니라 경험이다.


유시민 작가는 그의 저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취향과 주장을 구별한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라고 썼다. 이 책의 내용은 “취향”은 아니지만 “주장”도 아니다. 그저 업계에서 구르며 얻은 삽질의 경험이다. 지나온 일들에서 길어낸 생각의 정리다. 딱히 논증이나 근거로써 꼴을 갖춰 채워놓지 않았다. 학문적 근거는 더더욱 없다. 근거를 들어 논증해가는 책이 아니다. 그래야 할 이유도 마땅찮고 그럴 힘도 모자라다. 미디어커머스가 트렌드냐 시장이냐 규정하기엔 이르다. 규모도 역사도 학문적으로 연구할 거리에는 미치지 못한다. 근거를 대겠다며 몸담았던 회사의 말 못할 속사정이나 민감한 숫자를 까 보일 수도 없다. 그런 기대라면 부응하지 못할 책이다. 한마디로 근본 없는 책이다.


둘째, 이 책에는 매출이나 조회 수 터뜨리는 제작 노하우 같은 건 없다.


업계 필승의 절대무공도 없겠지만 설사 있다 한들 세상과 나누고 싶진 않다. 그러기엔 내가 모아놓은 재산이 별로 없다. 게다가 어차피 남들도 다 아는 비법은 더 이상 효과도 없다. 그러니 내일 당장 그럴싸한 영상 하나 뚝딱 만들기 위해 이 책을 고른 분에게라면 영상 제작 실무 서적이 더 낫다.


그러면 이 책을 사도 억울하지 않을 이들은 누구일까.


첫째, 이커머스에 콘텐츠를 얼마나 투자할지 고민하는 경영진들이다. 이커머스에서 콘텐츠는 어떤 가치인지, 본질은 무엇인지, 시작은 어땠고 흐름은 어떻고 앞으로는 어떨지, 살피고 정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된다. 자원 투자가 따르는 경영적 판단을 경쟁사 동향이나 언론 보도만 보며 무작정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투자 규모도, 의사결정 시기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결말도 초라하다. 적절히 이해하고 소화한 상태로 내린 결정이어야 결과가 어떻든 회한이 없다. 그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다.


둘째, 이커머스의 콘텐츠 제작과 운영 실무를 직접 이끌 중간관리자들이다. 조직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팀장급 이상이면 업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주주들의 돈과 실무자들의 땀을 이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일하다 보면 결정은 주주나 경영진이 했는데, 그 결정의 가치나 확신은 고용된 직책자들이 만들어줘야 할 때가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편 눈을 돌려 실무자들을 바라보면서는, 직책자로서 그들의 실무를 이끌 관점이 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 크리에이티브의 디테일을 결정해줄 때도 명확하게 피드백해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서 고민을 할 때 다소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이 책은 그 정도이다. 그러니 작은 칭찬도 감히 바라지 않고, 부디 서로 다른 기대로 독서의 노고와 비용을 들여 실망할 분들이 없길 바란다.


이 책과 다른 책들의 다른 점


이커머스나 콘텐츠를 주제로 쓴 업계 서적이 시중에 많다. 주제만 보면 이 책도 그렇다. 그런 책들과 이 책 사이에는 사소하지만 다른 점들이 있어 미리 짚고 넘어가고 싶다.


1. ‘콘텐트’가 아니라 ‘콘텐츠’인 이유


이 책에서 한글로 ‘콘텐츠’라 표기한 건, 알다시피 영어로는 ‘contents(목차)’가 아니라 ‘content(내용)’의 뜻에 가깝다. 그래서 국어 발음과 표기도 ‘콘텐트’여야 할 것 같지만 학자와 언론인들은 아니라고 판단했나 보다.


•제26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심의 결정안: 일반 용어(1999. 3. 3.)

•제36차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심의 결정안: 일반 용어(2000. 12. 1.)


이렇게 두 차례의 심의를 통해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표기로서 ‘Content’ 를 ‘콘텐츠’로 정했다. 이 책은 그 규정에 따라 ‘콘텐츠’라 표기했다. 나는 이 규정이 못마땅하다. 콘텐츠로 밥벌이 하며 이 단어를 무수히 쓰는데, 쓸 때마다 마음에 걸린다. 단순히 영어 원음과 발음이 달라 걸리는 게 아니다. 발음이 틀어져 뜻까지 어긋날 수 있어서다. 어쩌다 책까지 쓰게 되면서 이 말을 수도 없이 쓰자니, 나로서는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했다.


2. ‘제작’이 아니라 ‘생산’인 이유


본문 내용 중에서 더 자세히 썼지만, 간단히 먼저 언급하려 한다. 콘텐츠와 같이 쓰는 개념과 단어로 ‘제작’과 ‘기획’이 있다. 종종 ‘생산’이라는 단어도 함께 쓰인다. 이 책에서는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주체와 프로세스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세 가지 단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제작’, ‘기획’, ‘생산’이라는 세 단어를 끌어다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제작=기획+생산’의 개념으로 설정했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4장 첫 절에 있다.


3. ‘제품’과 ‘상품’을 구분한 이유


이커머스는 제조사도 할 수 있고 유통사도 할 수 있다. 제조사는 다른 유통사의 플랫폼에 입점하거나, 카페24 등에 자사몰을 구축해 참여할 수 있다. 유통사는 제조사나 중간 유통사(흔히 ‘벤더vendor’라 말하는)를 통해 여러 곳의 입점을 받아 최종 소비 유통 즉 B2C(Business-to-Customer)로서 이커머스 사업자로 나설 수 있다.


이때 판매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제품인가, 상품인가, 아니면 제품과 상품은 같은 것인가를 고민했다. 일상생활에서야 뭐라 부르든 말은 다 통하겠지만 책에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제품과 상품을 구분해 사용했다. 재무회계의 구분 기준에 따랐다. 제조사가 직접 팔면 ‘제품’, 유통업자가 입점이든 매입이든) 타사로부터 공급받아 팔면 ‘상품’으로 썼다. 자사몰에서 자사의 물건을 직접 팔면 ‘제품’, 타사로부터 완제품을 들여와 팔면 ‘상품’인 셈이다.


4. 미디어커머스와 콘텐츠커머스의 구분


둘 다 사전적, 학문적 정의가 아직 없다. 미디어커머스(Media Commerce)는 영문으로는 검색되지 않고 주로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콘텐츠커머스(Content Commerce)는 이커머스에서 콘텐츠를 활용하는 전반적인 개념 정도로 영어권에서 검색된다. 이 책에서는 이 두 단어를 미디어커머스라는 하나의 단어로 통칭하며 개념을 정의했다.
 

이 책은 2021년 늦가을 출간된 《미디어커머스 어떻게 할 것인가》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을 출간하는 김에 내용에 더 적합한 제목으로 바꾸고, 몇 가지 사례와 데이터를 최근 기준으로 업데이트했으며, 무신사의 숏폼 콘텐츠 사례를 더했다.




<예스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010273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9277221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742771


<이커머스, 콘텐츠로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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