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 아이엘츠

by 현스

아이엘츠 시험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담.


아이엘츠 점수가 필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학 준비를 하거나 이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서 거기에 맞는 목표 점수를 얻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유학도 이민도 준비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엘츠 점수가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하며 쓰기 시작한 영어를 소통만 되면 끝이 아니라, 조금 더 정확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동기 부여로 시험만 한 게 없었다. 사실 하나에 강력하게 집중할 것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아이엘츠를 준비하기 전에 나는 어떤 공인 영어 시험을 준비해 본 적이 없다. 토익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기를, 토익 시험에 나오는 단어는 일상생활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고 토익 시험은 시험일 뿐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시험은 치지 않기로 했다. 아일랜드와 호주에서 잠시 지낸 경험 때문인지 토익 다음으로 아이엘츠가 떠올랐다. 아이엘츠 문제들은 일상생활,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나 전문 지식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고 들었고,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아이엘츠는 영어를 고급스럽게 쓰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익히 들어왔었기 때문에 나중에 꼭 한 번은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시험비가 만만치 않기에 준비 없이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많이 되었다.


준비 기간도 짧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서 학원에 등록을 했다. 아이엘츠도 시험이기에 학원에 등록을 하면 영어에 대해서 정확히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시험문제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지 각 파트 별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들을 가르쳐줬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을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 것은 분명하다. 굳이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캠브리지 교재를 하나 사서 그걸 달달 풀어보고 BBC나 CNN에서 나오는 컨텐츠를 보며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Listening은 자신 있던 부분 중에 하나였다. 늘 영어 팟캐스트나 라디오를 자주 들었고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듣지는 못하더라도 계속 노출이 되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가장 발음이 좋지 않다는 아일랜드와 호주에서 잠시 지낸 경험이 있다 보니, 또 그들이 사용하는 불친절한 영어를 듣다가 시험 때 듣는 친절한 영어를 들으니 확실히 편한 부분이 있었다.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캠브리지 오디오 파일을 받아쓰기했는데 그게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일상생활 대화에서는 문장에 있는 단어 하나하나를 알아듣지 못해도 뉘앙스와 문맥으로 추측하면 충분하지만 시험에서는 빈칸 채우기 문제도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단어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번 시험에서 Part1,2에서 문제를 많이 놓쳤다. 혼자서 리스닝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항상 예열시간이 필요한 듯 늘 파트 1,2에서 집중이 안되었다. 시험 때 파트 1,2에서 한 두 문제만 덜 놓쳤어도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많이 아쉽다. 하지만 그것도 실력이라는 걸 인정!


받아쓰기를 하며 정답 부분에 밑줄을 그어 놓았다.


Reading은 내가 가장 헤맨 부분이다. 문제는 40문제인데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다. 지문의 길이도 짧은 편이 아니라서 문제 위치를 못 찾을 때는 읽었던 부분을 돌아가서 읽기도 하면서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학원에서는 문제 유형 파악을 하며 답이 순서대로 나오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려주었고 키워드를 찾아서 필요한 부분만 읽고 푸는 연습을 했다. 주로 문제를 먼저 읽고 고유명사나 동의어를 찾아서 답을 찾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키워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찾아도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T/F/NG 유형에서 이것이 False 인지 Not given 인지 구별하는 것이 너무 헷갈렸다. 나는 차라리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지문 처음부터 읽어 내려오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 편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준비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절대 제 시간 내에 풀지 못한다. 그래도 시험 날에 다 푸는 것보다 정확히 푸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고 해서 내 방식대로 문제를 풀었는데 결국 마지막 4-5문제는 못 풀고 찍었다. 문제를 풀며 난이도가 캠브리지에서 풀던 것보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들 후기를 보니 역대급 난이도였다고….. 읽기 기술과 동의어, 유의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풀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본적으로 글을 잘 읽어야 하고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잘 풀 수 있을 것 같다.


KakaoTalk_Photo_2018-09-22-11-13-59_86.jpeg 리딩 지문에 나왔던 단어들 위주로 유의어/반의어 정리.


Writing은 아마 혼자서 준비를 했으면 가장 감을 못 잡았을 것 같은 파트다. 파트 1의 문제 유형이 너무 많기는 하지만 그 유형에 맞는 어느 정도의 기술만 알면 정말 쉽게 적을 수 있는데 사실 처음 혼자서 보면 어떻게 적어야 할지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서 공부하고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는 주어진 그래프나 표, 그림들을 분석, 비교해야 하는 파트 1보다 제시된 논제에 대한 생각을 적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적는 파트 2가 훨씬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만 제대로 이해하고 오프토픽만 내지만 않는다면 파트 1보다 더 쉽게 써내려 갈 수 것이라고 본다. 만약 내가 혼자서 아이엘츠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캠브리지 책에 나오는 Writing 답을 따라 써보면서 감을 읽혀 가는 방향으로 공부를 할 것이다. 나는 학원을 다니며 파트 1에 나오는 대부분의 유형을 파악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시험 날에는 미리 준비해봐야 전혀 소용없는 문제 유형이 나왔기 때문에 살짝 당황했었다. 내가 가진 단어로는 주어진 것들만 비교해서 적으면 채워야 할 단어수(150)가 모자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적고 보니 한 페이지도 다 채워지지가 않았다. 보통 앞면은 그냥 채우고 뒷 장 중간까지는 갔었는데, 살짝 다급한 마음에 잠시 나두고 파트 2를 먼저 풀기로 했다. 다행히 파트 2를 마무리 짓고도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길래 몇 문장이라도 더 적어서 앞 면은 꽉꽉 다 채웠었다. 시험 점수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나왔다. 내가 알고 있는 단어의 범위가 넓은 것도 아니고 문장 구사력도 좋지 않은 것을 알기에 6을 예상했는데 딱 6이 나왔다. 파트 1에서 익숙한 문제 유형이 나왔더라면 운 좋게 0.5 정도는 더 받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게 나의 꾸며지지 않은 수준이니까! (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와 다양한 시제 그리고 축약해서 적을 수 있는 부분은 축약해서 적는 것이 점수에 많이 반영되는 것 같다! )


KakaoTalk_Photo_2018-09-22-11-30-59_91.jpeg Cambridge 12에 나와있는 Writing module answer.


Speaking…….. Listening과 함께 가장 자신 있었던 부분인데.. (사실 다른 파트들이 너무 약해서 그런 것이다..!) 여행을 오래 다니면서 최대한 영어를 많이 쓰려고 해서 그런지 외국인 앞에서 말하는 것에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영어를 쓸 때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편했다.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 있어서.(그러니까, 내가 그러기도 하는데 외국인이랑 말할 때는 말을 들으려고 한다면 한국인과 말할 때는 문법이 먼저 들리기 때문이다.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그러니까 더 의식이 된다.) 아이엘츠를 준비하는 동안 빈도가 높은 문제를 토대로 계속 혼자서 중얼거렸다. 파트 1은 일상적인 것들에 관한 문제인데 예를 들어서, 가족에 대한 것이나 사는 곳, 직업에 관한 것들이 주로 나오며 대답에 대한 시간제한이 없이 두 세문장으로 짧게 말해도 되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나와도 부담이 없었다. 그에 비해 파트 2는 조금 어려웠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1분 동안 생각하고 혼자서 2분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를 받았을 때는 2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파트 3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준비했다. 질문을 미리 알 수도 없는 것이고 파트 1,2 대답을 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파트 3은 무난하게 넘어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시험 날!


시험관은 내가 들어가자마자 하품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파트 1문제를 10가지 정도 물어본 것 같다. 그리고 파트 2문제를 받았을 때…. 평소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있었던 일들 중에서 대충 끼워 맞춰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겨우 2분은 채웠지만 없었던 일이고 꾸며내서 말을 하려고 하니까 쉽지가 않아서 했던 말들을 반복하고 같은 의미의 문장을 다른 식으로 말을 하며 시간을 채웠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번 말리고 나니 파트 3에서 조금 더 버벅거렸었다. 돈과 휴머니즘에 대한 주제로 이것저것 물어봤었는데 대답을 할 때 모든 문제에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대답을 하고 사용했던 단어의 범위도 넓지 않았다. 그래서 높은 점수는 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험장에서 나왔을 때, 시험 치기 전의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었다.



영어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내가 아이엘츠를 치고 나서 시험을 되돌아봤을 때 나는 딱 내 수준의 시험을 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가 어렵고 스피킹이 어땠고 리스닝이 어땠는가에 대한 것은 시험 당일의 나를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함이었고, 나의 영어 기본기가 조금 더 탄탄하고 영어 지문을 읽는 것에 조금 더 능숙했더라면 또 그만큼의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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