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입니다.

by 현스


사진첩을 올려 보다가 3년 전 오늘 사진을 찾았다.


그냥 핫초코 사진이지만 내게는 그냥 핫초코 사진이 아니다. 이런 단어를 잘 안 쓰지만 인생 핫초코 사진이다.


시골 같은 도시에 정착하지 얼마 지나지 않아 햄버거 가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했고, 생각보다 힘들어서 짧게 하고 그만뒀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른 일이 잘 구해지지 않았다. 이력서를 더 돌릴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한국인 동생이 알바 자리를 하나 줬다. 피켓 알바. 시간이 남아도는데 뭐라도 해야지 하며 시작했다. 시간당 5유로. 4시간 하면 20유로.


그날도 똑같았다. 아일랜드의 10월은 춥다. 방수 되는 점퍼를 입고 거리에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것을 몇 번 보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음악을 들으며 4시간을 보냈다. 일 끝나고 가게에 피켓을 가져다 놓고 현금 20유로를 받았다.


써야 할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적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더럽게 일 안 구해지네.”


그 기분을 떨쳐버리려고 평소 봐 왔던 버틀러초콜렛 가게에 들어가 핫초코를 시켰다. 밖에 서 있어서 차가웠던 몸을 녹이며 한 입 마시는데, 처음 느껴보는 단 맛처럼 너무 맛있었고 처음 달달함이 끝까지 유지됐다. 단순하다. 단 걸 먹으니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내서 이력서를 돌리러 갔고 운이 좋게도 며칠 내에 새로운, 안정된 일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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