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의 글쓰기.

by 현스


한동안 비가 많이 내렸다. 비로 인해서 집 안에 퍼진 습기 때문에 몸이 찝찝해져서 편안한 느낌이 싹 가시긴 하지만 빗소리가 만들어내는 안정감을 더 크게 느끼고 싶은 하루다. 타닥타닥 비가 내려오며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타닥타닥 겨울 벽난로 안에 있는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타닥타닥.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다. 아! 한 가지가 더 있다. 타닥타닥. 전 부치는 소리. 무엇인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 집 밖에서는 비가 사물에 부딪히며 타닥타닥 소리를 내고 집 안에서는 김치전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며 타닥타닥 소리를 낸다.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만드는 소리인지 모른다.


비가 심하게 내린다. 이런 날 출근할 생각을 하면 어제 마치 근력 운동을 심하게 한 것처럼 몸이 엄청 무거워진다. 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가만히 빗소리를 듣고 있어도 되는 날이면 집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안도감을 주는 일인지 모른다.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이면, 옷을 갖춰 입고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내가 하는 일의 큰 장점처럼 느껴진다. 평소에도 구두, 정장보다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입고 다니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동네 마실 나가는 것처럼 옷을 입고 나간다. 물론 양말은 생략. 나는 맨발에 샌들을 신고 반바지를 입고 나갈 때면 장대비 속을 걸어간다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미 나는 젖어도 돼.”라는 생각이 세차게 내리는 빗속을 지나서 어디론가 가야 하는 나에게 힘이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이미 나는 젖어도 돼.”라는 말은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으며 다가올 일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된 나의 마음 상태와 동일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젖고 싶지 않아.” 운동화에 빗물이 가득 차서 질척거리는 느낌으로 걷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내 마음은 너무도 불편해진다. 빗속을 걷는 동안 내 마음은 온통 개운한 상태로 집에 도착하고 싶다는 마음에 묶여있고 주변 상황과 어우러질 수 없는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맞게 잘 어우러지는 것. 빗속에서 신발이 다 젖게 되어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이 그것 하나뿐이어도, 양말과 바지가 다 젖어 현관에서 화장실로 가는 동안 빗물이 뚝뚝 흘러서 집 안을 청소해야 할지라도 그다음 일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마주한 뒤, “별 것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빗속에서 젖지 않으려고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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