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간의 글쓰기.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오늘 뭐 먹지?”
남들은 주말이니까 배달 음식을 선호한다던데 나는 주말에는 집에서 만들어먹는 것을 선호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인다는 말은 나의 취향을 분석할 때도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내가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오늘 한 끼가 정해지니까. 한동안 국물 없는 음식을 먹다 보니 오늘은 국이 들어간 음식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싶었다. 이전에 밥을 챙겨 먹을 때는 국물 음식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국과 함께 밥을 먹을 때면 속이 그렇게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밥을 먹을 때는 국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어른이라고 느꼈는데 나도 이제 그런 나이로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에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뱉고 있다. 어쨌든 국물과 함께하는 음식에서도 칼칼하게 먹을 것인지 순하게 먹을 것인지 정해야 하는데 이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순한 국물 음식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떠오른 수제비. 그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수제비에는 뭐가 들어가더라? 이전에 먹었던 수제비 그릇들을 찬찬히 생각해보며 어떤 재료들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고 이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는 간단히 초록창에 검색해본다. ‘수제비’ 세 글자만 치면 감자수제비, 김치수제비, 수제비 맛있게 끓이는 법 등등 많은 정보들이 나와서 이제부터는 수제비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어떤 수제비를 끓여야 하는지 선택의 문제로 들어간다. 하지만 많은 정보는 도움이 되지 않지. 나는 최소한의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
요즘 홈베이킹을 하고 있어서 밀가루는 늘 준비되어있지만 수제비 할 때 필요한 중력분은 없었다. 대신 강력분과 박력분이 있어서 두 개를 반반 섞으면 중력분 같은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반반 섞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하고 1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뒀다. 그리고 필요한 재료를 사러 마트로 향한다. 오늘의 장보기 목록은 애호박. 하지만 마트에서 신선코너 앞에 서자마자 손질된 파도 보이고 수제비와 상관없지만 맛있게 익은 아보카도도 보인다. 단호박도 보였는데 이건 어제 친구가 단호박 수프를 먹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국물의 감칠맛을 한층 더해줄 멸치액젓도 생각났다.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까 손질된 파 대신 대파를 한 묶음 사고 애호박 하나와 액젓을 샀다. 계산을 하다가 옆에 놓여 있는 1100원짜리 꿀호떡을 하나 추가했다.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장보기 목록대로 장을 보는 것이다. 옷을 살 때도 반팔 하나 보러 들어갔다가 예뻐 보이는 셔츠도 담고 바지도 담아버리는 것처럼 구매는 구매를 부르니까.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알고 재료도 준비가 되었다. 집에 있던 황태채를 잘라서 들기름에 볶다가 물을 넣고 파뿌리와 다시팩을 넣어서 육수를 우린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 다시팩과 파뿌리를 건지고 크게 썰어놓은 호박과 양파를 넣고 반죽을 조금씩 떼어 끓고 있는 육수에 퐁당 담가준다. 맛을 살릴 액젓을 넣고 약간의 소금 간도 해준다. 이제 반죽이 익기만을 바라며 불 조절을 하고 맛있게 먹을 준비를 한다. 어느 정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수제비를 하나 건져 익은 상태를 확인하고 불을 끈다. 그럼 이제 대접 그릇에 먹을 만큼 담고 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으면 된다. 먹다 보니, 기껏 손질해둔 대파를 넣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아, 이런. 이제 와서 넣을 수도 없고 말이야.
1인분을 준비하든 4인분을 준비하든 한 끼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요리할 때 필요한 재료만 있으면 만드는 것은 금방이니까. 남이 만들어주는 음식 대신에 조금 번거롭긴 해도 자신만의 식탁을 준비하는 과정을 이어가다 보면 음식에 대한 자신의 취향도 알게 되고, 자신의 취향을 고려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취향이 들어간 한 끼 식사. 주말이라고 게으름 부리지 않고 내 손으로 아침 식사를 만들어 낸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하루다.